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2012년 2월 22일

신문들의 칼럼을 읽다 보면 꽤나 당황스러운 글들을 마주하게 된다. 고리타분한 색깔론, 성급한 일반화, 점잖은 충고 등 여러 부류들 가운데 뻔뻔함이 지나쳐 막 끌리는 글도 있다. 도대체 어쩜 이렇게 매력만점의 수사학을 구사하는 걸까?

앨버트 O. 허시먼은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에서 역효과 명제, 무용 명제, 위험 명제라는 3가지 반동적 명제로 정리해낸다. 역효과 명제에 따르면 정치사회경제 질서의 일부를 향상시키려는 어떤 의도적인 행동도 행위자가 개선하려는 환경을 악화시킨다. 예를 들면 ‘복지 기금이 확충되면 가난한 이들을 더욱 게을러지게 할 것이다’, ‘학생 인권 조례 때문에 학교는 엉망이 될 것이다.’ 라는 것들이 있다. 정책 시행 이후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역효과 명제는 전체적인 이득을 무시하고 가장 부정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공격한다.

무용 명제는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모든 노력은 효과가 없으며 어떤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본다. 사회가 인간의 변화를 향한 행동에 어쨌든 반응해서 잘못된 방향으로라도 움직인다면 그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하지만 무용 명제는 결코 ‘자국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선언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개혁가’ 들에게 역효과 명제의 주장들보다 훨씬 모욕적인, 보수 진영의 중요한 무기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위험 명제는 변화나 개혁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변화나 개혁은 이전의 소중한 성취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한다. 뭐만 하면 경제 성장이 저해된다, 종북좌파인 무슨 정당을 지지하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험해진다.. 익숙한 방법들이다. 이상 세 가지를 조합해서 더 강렬한 호소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다. 앞서 칼럼들에서 위험론-역효과론, 위험론-무용론 조합이 자주 쓰이는 것 같다. 논리 자체는 위협과 기만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이것이 저것을 죽일 것’라는 형태의 제로섬 심리가 주는 흡인력은 대단하다. 풍자나 점잖은 충고까지 곁들이면 효과만점!

좀 비틀면 진보 진영에서도 쓰이는 수사법이다. 3개의 명제는 ‘행동하지 않으면 비참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신-구의 개혁은 서로를 강화시킨다, 우리의 행동은 역사의 힘에 뒷받침되니 거기에 맞서는 것은 쓸데없다.’로 변용된다. 이렇게 서로에게 답답한 어법을 안고 가면 양 진영간의 토론은 합의하지 않는 다는 합의가 있을 뿐인 ‘귀머거리의 대화’가 된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닮아가는 기이한 현상. 누가 먼저 ‘듣기’ 시작할까? 수사학 분석의 한계인가. 책을 덮으니 이런저런 의문만 많아진다.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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