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201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이브의 계획이 좌절되고. 구질구질하게 집에 있기도 그래서 일단 나갔다. 하아. 사람이 젤 없을 만한 곳은 어딨을까. 추상조각이나 보러가자. 북악산과 북한산 사이에 있는 김종영미술관. 예상대로 한적하다. “인생은 한정된 시간에 무한의 가치를 생활하는 것이고, 예술은 한정된 공간에 무한의 질서를 설정하는 것이다.”– 김종영. 자신만의 ‘완벽한’ 곡선을 위해 돌을 갈아내고 나무를 깎으셨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이게 무한의 질서인가.. 추상조각들, 복잡한 미술관 구조에서 헤매다가 먼지쌓인 가판대에서 도록 하나를 뒤적거렸다. 어라? 조각가의 소묘라. 것두 자화상. 수묵담채, 유화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단순한 필치로 얼굴을 그려낸다. 1976년 자화상. 종이 위에 사인펜. 휘휘 그은 듯한 선 사이로 굳은 표정과 노려보는 눈이 나타난다. 무한의 가치를 주장하는 가운데 언뜻 보이는 ‘불멸’에 대한 피곤이랄까. 한 조각가의 마음 속을 훔쳐본 것같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자화상이다.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 미술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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