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외투에서 나왔다.

2011년 12월 15일

맥주사러 어두컴컴한 길을 걷는다. 눈이 살짝 내려 앉고 바람은 차고. 누가 내 어깨를 건드린다. ‘내 외투 어딨어?’ 아까끼 아까끼예비치가 헉헉거린다. 큭. 망상. 황량한 거리에서 고골의 소설을 떠올려봤다. ‘외투’가 생각난 김에 다른 작품도 되새김질을 하는데. 어라? 지금이랑 막 겹친다.

저번 주말에 마이클 무어 감독의 “자본주의 : 러브스토리”라는 영화에서 황당한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다. P&G, 월마트 등 거대기업에서 직원들 이름으로 생명보험을 가입해놓고 사고나 질병으로 죽으면 거액의 보험금을 챙긴다고 하네. 기업들에겐 직원들이 죽어야 이득이 되는 놀라운 수익 구조다. 응? 고골의 “죽은 혼”? 치치꼬프는 지주들로부터 죽은 농노를 산다. 명부에 있는 농노들의 숫자를 담보삼아 대출받고 먹튀하려고. 하하. 죽은 직원과 죽은 농노.. 죽음을 가지고 재테크하시는군요!

더 나아가서. 고골의 ‘코’. 코가 없다면 당신은 인간도 아니지만. 코는 당신없이도 인간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위 관료가 된다. 뭐라고? 과장이 아니야. 사람 볼 때 얼굴 먼저 보고. 얼굴 볼 때 코가 중요한 요소다. 여기서 코를 이미지로 바꿔 보자. 혹은 금배지로. 그 땐 잘못 알았다. FTA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의견. 같은 말, 같은 사람, 시간지나 뒤바뀐 입장. 하하. 의원의 이름이 대수이겠는가? 당명과 이미지가 중요한 거지. 코들이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소설에선 농담이었다. 허나 현실로 잡입할 땐 괴담으로 변해버린다. 읽으면서 낄낄대던 것들이 현실이 되버리다니. 고골이 지금 시대에 태어났으면 과연 뭘 쓸 수 있을까. 생각의 가지에서 허우적거리다 관사 문을 연다.

에라. 맥주나 마시자.

#잡설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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