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Havre, 2011

2011년 12월 13일

http://www.imdb.com/title/tt1508675/

민감한 사회문제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두가지 방식이 있다. 냉정하게 거리를 두며 사건을 그려내거나, 어느 방향이든 적극적인 주장을 전파하거나. ‘르 아브르’는 그 둘에 속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불법 이민자 문제를 전혀 친숙하지 않게 동화처럼 다룬다. 구두닦이 마르셀이 불법이민자 소년 이드리사를 숨겨주게 되고, 아내는 병으로 쓰러진다. 하지만 모든 건 이웃들과 경찰의 도움을 받아 행복하게 끝난다. 자연스러움과 격렬함이 거세된 채로.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도대체 뭘 생각하고 영화를 만든걸까?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 따뜻한 인간성의 발현? 영화에서 구현되는 현실은 있을 법하지 않은 곳이다. 일단 프랑스 영화치곤 말이 없다. 무뚝뚝할 정도로 몇 음절로 이뤄진 대화, 어색한 침묵. 배우들은 카메라를 비춰야만 움직이고 말한다. 장면마다 꽃이 등장하고 정물화같은 색감 위에 배우들이 떠다닌다. 감독은 친절하게도 유머를 삽입하여 관객들이 장면에 빠져드는 걸 방해한다. 알레티(마르셀의 아내)의 병실은 제13병동 13호이다. 이웃들이 환자에게 카프카의 단편소설을 읽어주고 환자는 편안하게(!) 잠든다. 이렇게 짓궂은 장치들을 통해 감독은 지금 보고 있는 건 현실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앞에서 말한 줄거리를 뒤집어보자. 불법이민자 소년은 체포되어 추방되거나 수용소로 보내지고 마르셀의 아내는 죽고 마르셀 혼자 남아 쓸쓸히 살아간다. 비참하지만 이런 경우가 더 많지. 영화는 순수하게 선의와 연대로 극복할 수 있다고 동화를 써나가니. 그저 감독이 기적밖에 답이 없다는 생각아래 뒤틀린 유토피아를 구현한 거 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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