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뺑뺑

2014년 6월 30일

연극이란 게 참 묘하다. 간단한 소품, 조명, 그리고 배우의 연기만으로 관객들을 이야기의 환상에 빠지게 하니 말이다. 영화랑 비교해보자.(1) 영화는 일단 실물을 보여 줘야 한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로맨스? 그럼 바다가 나와야 배우가 연기를 하지. 허나 연극은 다르다. 파란 조명과 효과음으로 여기가 바다라는 전제가 깔린다. 얼마나 경제적인가? 그래서 연극은 장소 전환이나 시간 배경의 제약이 훨씬 덜하다. 몇 백 년을 확 뛰어넘을 수 있고 배경이 되는 나라가 바뀔 수도 있다.김은성 작가의 신작 “뺑뺑뺑”은 앞서 열거한 연극의 경제성(?)을 극한까지 확장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배경? 한국인이 있는 곳, 그러니까 세계. 시간? 곰이 쑥과 마늘 먹고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던 때부터 핸대까지. 그러니까 시공간을 초월한 작품이다. 극에 나오는 인물들은 영수와 영희로 여태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던, 민초들에게 닥쳐왔던 시련이 여러 배우를 통해 재현된다.

키워드, 이별. 일본의 징병에 의해 이별하는 부모, 한국전쟁 때문에 이별하는 연인, 농촌을 떠나 뿔뿔이 흩어지는 가족, 아이를 해외로 보내는 기러기 아빠. 키워드, 첨탑. 파업으로 대형 크레인에 오르는 사람들, 항의의 표시로 대형 송전탑에 오르는 사람들, 자신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야 그나마 인정받는 시대.

영수와 영희란 인물은 이렇게도 다양한 주제와 역사를 배경으로 종횡무진 변주된다. 보면서도 감탄했던 게, 연극 역사상 이렇게 대담한 시도가 있었나? 다이나믹한 한국사를 두 시간 내에 여러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려는 작가가 있었나? 게다가 앞서 말한 시간과 배경의 변화의 소품은 달랑 의자 몇 개들이다. 대학로의 한 소극장 안에선 12명의 배우들이 군무로 한국사 민중의 역사를 훑어내고 있었다.(2)

이야기의 전개속도가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빠른 것 등,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다만, 이런 시도엔 박수를 쳐줘야 하지 않나 싶다. 시간이 맞지 않아 다소 늦게 본 게 안타깝네. 다음에 재공연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u003C뺑뺑뺑>, 김은성 작, 부새롬 연출, 극단 달나라동백꽃
선돌극장 (2014.6.19~7.6)

(1)예전에 쓴, 연극과 영화를 비교한 짤막한 글이 있다.

http://ift.tt/1qN223p

(2)연극 마지막엔 노래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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