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
2018년 8월 16일
자리가 난 곳은 공교롭게도 내 모교인 무아상 중고등학교였어. 나는 조금 망설였어. 아주 나쁜 추억이 있는 곳이라 그럴 만도 했지. 하지만 세 시간쯤 요모조모 따져보고 나니까,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늙는다는 게 바로 그런 걸 거야. 감정의 반응은 무뎌지고 원한도 기쁨도 별로 간직하지 않게 돼. 그 대신 몸 여기저기에 이상은 없는지, 기관들의 균형이 무너져 있지는 않은지에 주로 관심을 갖게 되지.
-알라딘 eBook <소립자> (미셸 우엘벡 지음, 이세욱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