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za, Juve!

2013년 6월 12일

Hey, Juve! (어이, 유벤투스!)

그래, 밤에 이 거리에서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다닐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 고개를 돌려보니 커다란 몸집의 외국인이 있네. 콧수염을 기르고 아디다스 셔츠를 입었으며 땀냄새가 지독했다. 음. 일단 영어는 아니고. 독일어네. 죄송합니다, 방금 독일 영화를 보고 슈베르트의 가곡을 좋아하지만 당신의 말을 알아듣진 못하겠네요. 그는 나의 어깨를 붙잡는다. 어눌하게 영어로 야그한다. 지금 이 전화 좀 받아보라고. 네? 자기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나. 단번에 거절하고 맥주 마시러 가려 했지만 그러기엔 그의 눈동자는 너무 애처로웠다. 아아 길을 잃으셨군요.

전화를 받는다. “뭐야, 전화 받고선 왜 말이 없어.” 응? 웬 술에 취해 흐물흐물한 여자의 한국말이? 나는 독일인을 바라본다. 그는 윙크를 하며 다시 뜨거운 눈빛 공격을 한다. 애욕에 찬 몸짓이었군.

이 고독의 협동조합원을 도와줘야 하나. 기차 시간은 빠듯하고 맥주 한 잔은 간절하고. 에라 모르겠다. 길잃은 아이를 대하는 마냥 숨을 몰아쉬고 전화기를 쥔다.

여보세요? 엥, 누구세요? 아, 안녕하세요, 저는 지나가던 사람입니다. 네? 지나가던 사람입니다, 여기 위치는. 네네. 해운대 아쿠아리움 입구이고요. 길건너 동성모터스, 카페베네가 보이네요. 잘 모르겠어요. 그린나래 호텔과 글로리 콘도, 노보텔 사이에요. 네.

전화기를 건넨다. 그는 상대방에게 몇 마디 하고 전화를 끊는다. 고마워, 고맙다고 하며 나를 껴안으려 한다. 제길, 난 혼자 맥주 마시고 밤기차 타야 한다고! 뿌리친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이 입고 있었던 건 바이에른 뮌헨 트레이닝 셔츠였다. 큭, 축구로 세계가 하나되는 밤이군. 돌아선다. 가던 길 가야지. 독일인이 외친다.

Forza, Juve! (만세, 유벤투스!)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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