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l犬

2012년 12월 12일

그래, Cool犬이라 부르자.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산책할 때마다 갑자기 어디에선가 따라 나서 같이 걷는 개가 있다. 한 바퀴 돌고 나면 그 개는 집으로 들어 가고 나는 산책을 마무리한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좀 이상한 일을 발견했다. 제 집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더니 볼 때마다 들어가는 집이 달랐다. 그렇다. 그 개는 떠돌이 개였다. 다만 여러 집에 들어가는 품새가 너무 당당해서 그리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먹이를 구걸하거나 꼬리도 흔들지 않는 떠돌이 개라니. 나는 그저 그 개의 점심 산책 동행자였다. 정말 쿨하지 않은가? 그래, 쿨견이라 부르자. 이제 기온이 점점 낮아지고 쿨견이 점심 산책을 빼먹는 경우가 잦아졌다. 허나 걱정을 할라치면 개는 나도 모르게 옆에 다가와 같이 산책을 시작하곤 했다. 폭설이 내리는 저녁이었다. 구멍 가게를 다녀오다 집 앞에서 쿨견과 마주친다. 몸을 덜덜 떨며 연신 재채기를 하고 있다. 나는 마당 창고 문을 열고 들어오라 손짓한다. 개는 망설이다가 돌아선다. 어이! 소리쳐 부르지만 개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튿날부터 쿨견이 보이지 않았다. 눈 위로 알 듯 말듯한 발자국들만 남아 있다. 나는 산책하다 괜스레 주위만 돌아볼 뿐이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눈이 슬슬 녹기 시작한다. 오늘도 걷는다. 기온이 좀 따뜻해져 걸을 만하다. 갑자기 옆에 기척이 있어 돌아보니 쿨견이 같이 걷고 있다. 비쩍 말랐지만 당당한 걸음으로 말이다. 살아 있구나! 개는 슬쩍 올려다보고 만다. 반응 참 무덤덤하네. 코스를 끝마쳐간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옆을 보니 어느새 개는 사라졌다. 작은 발자국만 남긴 채.. 역시 Cool犬이구나.

#발리 야그 #잡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