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터 람스 디자인전..

2011년 1월 17일

처음에 디터 람스의 초기 디자인을 봤을 때 전 날에 봤던 훈데르트바서 전시회랑 너무 상반되서 어색했다. 곡선 대 직선 이런 구도 랄까. 훈데르트바서의 건축물이나 그림에선 기하학적이거나 직선을 지양하였지만 디터 람스의 제품 디자인은 효율, 합리성의 극단을 보는 것같았다. 허나 3시간 가까이 보면서 그런 부정적인 시각은 조금씩 없어졌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십계명.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유용해야 한다.
3. 좋은 디자인은 심미적이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이해를 돕는다.
5. 좋은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 간다.
8.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10.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적게 디자인한 것이다.

이런 원칙을 세우고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이 과연 몇 군데나 될까. 제품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포장, 케이스, 매뉴얼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저 원칙을 따른 것을 보고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그저 어떻게든 제품만 내놓고 나몰라라 하거나 베끼기에 치중하는 기업이 많은데 40년 이상 저런 원칙을 지켜왔던 것은 독일인 특유의 기질인건가. 아무래도 우리가 곧잘 말하곤 하는 장인정신에 가장 맞닿아있는 것같다.

전시회를 보다가 구석구석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옆에는 브라운이라는 회사의 디자인 팀이 어떤 문화의 영향을 받았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책자를 보게 되었는데 이 또한 새로운 세상이더라. 너무 모르는 게 많다. 덕분에 문화사 관련 책자도 찾아서 읽어 봐야 겠다.

디터 람스가 가전 제품뿐만 아니라 가구도 설계했는데 웬지 다들 이케아 삘이 났다. 만일 내가 내 방을 꾸민다면 들여놓지 않을 스타일이었지만 그의 철학은 맘에 들었다.

“내 생각에 집은 삶이 집중되는 장소이며,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장소여야 한다. 따라서 집안의 가구는 일련의 구체적인 기능을 충족시켜야 한다. 가구는 용도가 있는 물건이지 그 자체가 삶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자신을 내세우고, 사람들의 주의를 빼았는 가구는 숨이 막힐 듯하다.” (디터 람스, ‘왜 고전작품은 고전작품인가?’)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큼의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전시회였다. 사실, 구형 가전 제품만 모아둔 거라 생각하면 별거 아닌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제품들의 디자인의 근간을 보러 가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볼만한 전시회다.

#보기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