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상

2016년 10월 28일

진료를 하다 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동네마다 분위기도 굉장히 다르고 경제력 차이도 있으니 한의원 풍경도 사뭇 다른 건 당연하지만 몇몇 대하기 힘든 환자들의 유형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제일 무서운 사람은 침 한 번 맞고 그 자리에서 나았다고 격하게 기뻐하시는 분들이다. 몇 년 동안 고생하던 게 치유되었다며 칭찬을 계속 늘어놓지만 그럴 땐 난 오히려 불안해진다. 그런 사람일수록 감정의 진폭이 큰, 그러니까 극렬한 기분파에 가깝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왜 다시 아프다며 물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통증은 같이 했던 시간 만큼이나 낫는 것도 오래 걸린다는 걸 알려 드리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무섭고도 어려운 유형은 또 있다. 여기저기 의료 쇼핑을 다니는 분들이다. 어디가 다쳐서 저기 병원에서 이틀 치료받았는데 차도가 없더라, 그래서 여길 왔다. 여기까지 듣고나면 불안해진다. 어딜 다쳤다 그러니까 염좌만 하더라도 최소한 열흘 정도는 잡는다. 여기저기 이틀씩 다녀보고 여길 오셨다 하면 여기도 이틀 다녀보고 딴 데 가실 확률이 높다. 욕심내서 뭔가를 해주기 보단 지속적으로 설득하여 꾸준하게 치료받길 권유하나 이또한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 민감한 경우도 있다. 처음 오는 분들에게는 비교적 최근부터 불편하고 뭔가 뚜렷한 증상이 있으면 봉침을 권하는데 그 때부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 뭔가 쓸데 없고 비싼 걸 요구하는구나, 라는 이런 시선을 느낄 때 나는 한숨을 쉰다. 내가 그 만큼 신뢰를 주지 못한 게 아쉽고 몇 천원 더 내는 거 가지고 날 저렇게 바라보시니 섭섭하니까.

실망

2016년 10월 26일

뜬금 없이 지난 일요일 새벽에 사람들과 하던 이야기를 퇴근할 무렵부터 되새김질하였다. 사람한테 실망한다? 실망한다는 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나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 기대는 자신이 어떤 이의 삶이나 가치관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자 환상에서 비롯되었겠지?

허나 나에겐 누군가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알기 때문에 기대를 하지도 않고 따라서 실망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 들으면 자기합리화라고 피식하겠지만 엄연히 다른 일에 속한다. 나에게 중요한 건 누군가가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때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 혹은 없느냐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다시 만나지 않으면 된다. 그게 힘든 상황이라면 감정적인 교류를 차단해버린다. 뭐하러 화를 내겠는가? 화를 내면 상대방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큰 부담이 되니까.

어떤 이의 모든 면을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고, 예상치 못한 면모를 발견했을 때 놀라움과 당혹감을 갈음하면서 실망이라는 단어를 쓰겠지.

 

10월에 볼 공연들

2016년 10월 7일

10월달 볼 공연들.
원래 달마다 두세 편씩 공연을 챙겨 보는데 이번 달엔 여러 페스티벌이 겹쳐서 몰아 보게 되었다. 부산국제영화제랑 광주비엔날레를 포기하고 남은 돈으로 공연이나 보자.

썬샤인의 전사들 –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김은성 작가의 신작.

산허구리 – 백성희장민호극장
국립극단의 고전극 공연으로 고선웅 연출이라 일단 예매했다.

타이거 릴리스 & 리퍼블리크 씨어터〈햄릿〉 – LG아트센터
오래 전부터 타이거 릴리스의 음악이 궁금했는데 마침 음악극으로 내한해서 예매.

더 파워 – 명동예술극장
국립극단의 공연으로 작년엔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올해 보면 좀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재관람을 시도해본다. 거기다 정승길 씨가 나오니 봐야지.

SPAF 복화술사의 학교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SPAF 여보세요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판소리만들기 자의 신작.

SPAF “Speak Low if You Speak Love” –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MOT – 군포시문화예술회관 철쭉홀
일단 예매는 해뒀지만 공연보고나서 어딜 가지 못하는 군포시라, 고민 중. 역시 이태원이나 홍대 그리고 대학로에서 공연을 봐야해.

비포 & 애프터 –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재공연.

낙소스뮤직라이브러리

2016년 10월 4일

아주 좋은 걸 알았다. 정독도서관 ( http://jdlib.sen.go.kr/ ) 홈피에 접속한 다음 “클래식 음악 서비스” 배너를 클릭하면 낙소스 뮤직 라이브러리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낙소스 뮤직 라이브러리는 세계 최대의 클래식 음악 아카이브를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개인 계정으로 가입하려면 1년에 210불을 내야 하니 정독도서관을 열심히 써줘야겠다.

음질은 아주 좋은 편(Standard음질)은 아니고 컴 스피커로 그럭저럭 들을 만한 수준이다.

인터뷰

2016년 10월 3일

비어 포스트에서 맥덕 인터뷰 한다고 나에게 메시지가 왔다. 업계 탐방 한 바퀴 돌고 이제 업계인이 아닌 맥덕 탐방인가?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그러자고 했다. 뭐 입고 가야지? 유벤투스 유니폼? 네덜란드 유니폼?

뭘 물어볼지도 궁금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두렵거고 낯설거나 훈계질하고픈 삶을 살고 있어서. 물론 나에겐 낮의 삶과 저녁의 삶을 철저히 분리시키려고 해서, 저녁의 삶에 대해 뭐라고 하면 할 말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