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 줄이지

2015년 11월 30일

월말 들어서 카드 사용 내역을 정산해보니 술값을 많이 줄이긴 줄였다. 원래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되는 금액을 썼었는데 이번 달엔 40만대로 확 떨어졌네. 술을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흥이 돋는 터라 택시 타고 집까지 가는 일이 잦았는데 그런 것도 많이 자제하니 쓸데 없는 교통비 지출도 줄었네.

근데 술값만 줄인 거지, 술 자체를 줄이진 않았다. 내가 만든 맥주를 꾸준히 섭취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계속 먹을 만하게 나오면 술값을 더 줄일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주말 하루에 한창 달릴 때 10만원 정도 쓰곤 하는데 그 정도면 맥주 20L 두 배치 재료 값이니. 하하.

사계 매출이 줄어들겠군..

팩트체크

2015년 11월 26일


출근하면서 읽기 시작해서, 집에 틀어박혀 읽어댔더니 하루 만에 완독했다. 페이스북에서 많이 나오는 “카드뉴스”를 책으로 읽은 느낌이었다. 속도감 있게 시사를 다루고 진짜 팩트인지 따지고 있어 평소 시사에 관심있던 사람이라면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점이 바로 한계다. 편한 가독성이 장점이지만 그 이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많은 쟁점을 정리하면서 지나친 점도 많으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은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를 갈무리한 책이다. 매일 뉴스에서 이런 식으로 꼭지를 잡아 간결하게 풀이해준다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 간단한 시사비평집으로 한 번 읽어보면서 근 1년 간의 쟁점들을 주욱 훑어보긴 좋다.

12월에 볼 것들.

2015년 11월 25일

좀 있음 12월이다. 연말이다 해서 공연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데 연극 분야에서 볼만한 걸 좀 추려봤다.

아이엠파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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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달나라동백꽃의 공동 제작 공연이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니 꼭 가봐야지.

인코그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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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111에서 하는 공연으로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공연보다 길을 잃으면 계속 헤맬 듯한 예감이 든다.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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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을 원작으로 한 연극. 원작을 함 읽어보고 가야 하나.

스테이지149-이자람의 판소리"억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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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애매한 시간대의 인천 공연이다. 아무래도 못 갈 것 같지만 인천에 있는 분이라면 꼭 가보시길.

〈연극열전6〉 1st 〈나무 위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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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음에도 예술의전당에 가려면 큰 마음 먹고 가야한다. 이 공연 덕분에 오랜만에 예당에 들를 것 같다.

하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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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마저 임대료가 치솟나? 극단 성북동비둘기이 연습실을 떠나기 직전의 공연이다. 장 주네에 김현탁 연출이라. 저번 남산예술센터 공연은 실망스러웠으나 그래도 믿고 보는 극단이라, 여기도 가야겠다. 다만 장소가 좀 애매해서 주말에나 가보겠네..

능력자들

2015년 11월 23일

점심 시간에 전화가 걸려 왔다. 전에 통화를 했던 “능력자들” 작가였다. 제작진이랑 미팅하러 오라기에, 오늘 할일도 별로 없고 해서 저녁에 가겠다 답을 줬다. MBC 건물은 생각보다 많이 컸다. 저기서 출입증을 대고 들어가는구나. 예능 제작부인가 올라 가서 미팅을 준비하면서 작가 6명이 나를 둘러 앉았다. 면접 보는 분위기였다.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대는데, 그냥 이태원에서 갓 만난 맥주를 하나도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였다. 국내 맥주에 대해서 어케 생각하느냐. 카스, 하이트 말고도 다양한 중소 브루어리에서 나온 개성적인 맥주들도 많다. 맥주를 만든다는데 그럼 만든 걸 사람들에게 나눠주느냐. 그럼 안 된다, 주세법 위반이다. 주량은 어느 정도냐. 술 잘 못마신다.

제일 좋아하는 맥주 종류가 뭐에요? 그냥 다 좋아합니다. 이 장르는 이래서 좋고 저 장르는 저래서 좋고. 생맥주가 낫나요, 아님 병맥주가 낫나요? 원래 케그에 들어가는 거랑 병에 들어가는 맥주는 같습니다. 유통과정 때문에 맛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겠죠. 국산 맥주는 다 별로인가요? 아뇨, 맥스나 오비 필스너는 좋아합니다. 저렴한데다 맛도 괜찮거든요. 그럼 맥스를 제일 좋아하세요. 그냥 밤 중에 맥주 생각 날 때 편의점에 가는데,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마시는 거지 제일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통틀어서 뭘 제일 좋아하세요? 음, 자코뱅? 그게 뭔가요? 플랜더스 레드 에일입니다. 그게 뭔가요? 그냥, 시큼한 맥주라 해두죠..

다 이런 식이었다. 질문지에 쓰신 TLF브루어리는 뭐죠? 그냥 제가 양조 일지를 기록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입니다. TLF는 뭐의 약자죠? (바로 옆 작가가) True Love Forever! 전혀 아닙니다.. 그럼 뭐죠? 이번 생은 실패다. 네? This Life Failed의 약자입니다..

고만고만한 질문들이었고 난 편하게 앉아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흡사 암것도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분위기랄까? 근데 이렇게 하나도 모르는 이들이 어케 프로그램을 제작할까, 그게 의문이었다.

미팅이 끝나고 교통비 조로 만 원이 담긴 봉투를 받았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았는데 전혀 기죽지 않으시네요. 아, 저야 사람 대하는 게 일이거든요. 확정이 되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만 원으로 국밥이나 사먹어야지, 하며 지하철을 탔다. 그나저나 나말고도 미팅한 사람들이 있을 텐데 내가 되면 어떡하지? 맥주 거품만 보고도 맥주 이름을 맞춰야 하는 건가? 나는 그런 거 못하는데..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네.

2015년 11월 20일

지난 화요일인가, 아는 분 통해서 MBC 작가 한 분과 통화를 했다. “능력자들”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보니 덕후에 관한 걸 다루나 보다. 여튼 작가님이 대뜸 말을 던졌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면서요. 제가요? 그럴 리가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맥주라는 소재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나. 근데 소재만 정해졌지 어떤 방향으로 만들지는 전혀 정해지지 않은 듯했다.

맥주의 어느 분야를 잘 아시나요? 잘 알기 보단 시음과 양조를 많이 합니다. 오, 양조도 하세요? 자주 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이 분야에도 워낙 대단하신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은 대개 업계 쪽에 있지 않나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맥주 관련해서 뭔가를 모으거나 하진 않으셨고요? 그런 건 없고요, 그냥 양조관련 도구만 많습니다. 코스터나 잔 많이 모으진 않은 터라..

하긴 나에게는 벽장에 거대하게 늘어놓은 화려한 컬렉션이 있지도 않고, 맥주를 마시러 해외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일본 여행이야 자주 다녔으나 맥주가 주요 목적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TV에 나오는 것처럼 맥주 향만 맡고 제품 명을 맞추는 능력도 없다. 뭐 그런 것들은 조작에 가깝겠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작가님이 질문지를 보내주겠다 하셨다. 작성하다 보면 생각이 더 날 거라고. 마침 그 날 오후 오프이어서 집에 앉아 질문지를 작성해나갔다. 그런데 쓰면서도 별 특별한 게 없었다. 한약재나 색다른 부재료를 넣어서 양조했다는 게 맥주를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어떤 감흥을 줄까? 1년 반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양조를 6~70번 했다는 게 와 닿을까?

시음도 그렇다. 상업 맥주를 이것저것 섭렵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무슨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을까? 사계에서 술 마신 이후에나 무슨 무슨 제품이 있구나 알았을 정도이고, 요즘엔 한 달에 한 번쯤 신상 업데이트하는 수준이다. 술이야 많이 마셨고 술에 쓴 돈도 많다만 체계적으로 챙겨 마시지 않아서 말이야.

질문지의 질문들을 채워 나가고 다시 읽고 하니 참 평범하게 느껴졌다. 나 이외에도 훨씬 심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과연 작가들도 이걸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대충 쓰고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나선 아직도 연락이 없네. 안도의 한숨이 나오더라.

난 평범하다. 헤헷.

폭스파인더

2015년 11월 19일


간만에 자극을 주는 연극 하나를 봤다. “폭스 파인더”. 알 수 없는 외부의 위협에 맞서 내부를 단결시키는 내용은 따지고 보면 흔한 편이다. 조지 오웰의 “1984”도 그렇고 멀리 가지 않더라도 샤말란 감독의 “빌리지”가 떠올랐다.

연극 “폭스파인더”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여우라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요원들이 여우를 찾기 위해 의심되는 농가로 파견된다. 나이 어린 윌리엄 요원은 시골의 한 농가에서 여우의 존재를 찾으려 하고 사무엘, 주디스 부부는 혹시라도 자신들의 농지가 회수당할까 노심초사한다.

여우에 관한 이야기는 극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다. 사람들은 여우를 본 적은 없으나 두려워 하고, 윌리엄 요원은 의심스러우면 무고한 이를 즉각 여우에 대한 협력자로 몰아 붙인다. 실상, 여우가 없다고 입증하는 게 더 쉽겠지만 그 행위 자체는 금지되어 있다. 여우라는 거대한 적 앞에 대항할 시점에 어느 누가 의문을 던지겠는가?

연극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맹신자들”이 생각났다. 에릭 호퍼가 맹신과 광기에 대해 남긴 여러 개의 아포리즘을 묶은 책으로 아직까지도 예리한 통찰이 느껴진다. 몇 구절을 인용해보겠다.

지방시(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2015년 11월 16일


지금 나를 사회적으로 보장해주는 명목상의 직장은 대학이 아닌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이다. 대학은 대학원생과 시간강사에게 각각 행정과 강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을 ‘노동자’로 대우하지 않는다. 대학원생과 시간강사는 대부분 지역 가입자로, 혹은 부모님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등록되어 있다. 오히려 패스트푸드점에서 건강보험을 포함한 4대 보험을 모두 등록해주었다. 내가 흔치 않은 직장 가입자가 된 것은 맥도날드에서 월 60시간 이상 노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사흘, 아침 7시부터 낮 1시까지 맥도날드에 나가 냉동 감자를 나르고 설거지를 하고 테이블을 닦는다. 아침 6시면 일어나 주섬주섬 아침을 챙겨 먹고 출근길에 나선다. 춥다, 더 자고 싶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온몸을 감싼다. 그래도 매장에 도착해 일하다 보면 그저 감사하다. 최저 시급 5,580원의 육체노동이지만, 적어도 나를 사회적으로 보장, 보호해주는 유일한 공간이다.
(…..)
부모님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들어오세요, 하자 두 분은 무척 반가워했다. 대학에서 이제 건강보험을 해주는 거냐, 물으셔서 나는 지도 교수님이 연구원으로 등록해주어 그 동안 건강보험료가 나올 거에요, 했다. 물론 거짓말이다. 도저히 저 맥도날드에서 일해요, 하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라도, 한평생 열심히 일해 모든 가족을 피부양자로 든든히 품어준 내아버지를 ‘부양’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서럽고 그저 너덜너덜하다.
(….)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 사람을 위하지 못한다면, 참 슬픈 일이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309동1201호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2015년 11월 5일


두 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아마 한 이야기만 보여 줬으면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듯 다른 두 이야기를 병치시킬 때 사람들은 그 두 개의 야그에서 다른 점을 찾아내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이 이야기에서 이랬던 게 저기에선 달리 해서 이렇게 전개가 달라졌겠지, 이러면서 말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홍상수 감독의 전작에 나온 대사를 떠올렸다.

컵 하나 실수로 깨는 것도 수많은 우연의 연속으로 이뤄지는데, 사람들은 그 우연들 중에서 몇 개만을 집어내어 생각의 라인을 만들어내지.. -영화 “북촌방향” 중에서

어떠한 ‘티핑 포인트’ 덕분에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이 상이해졌을 거라 판단함은 꽤나 재미있는 일이다. 허나 여기에서 사고의 허점이 종종 발견된다. 감독이 보여준 두 개의 이야기는 같은 장소와 같은 등장 인물이 나오나 다른 이야기이다. 인물의 성격도 일관되지 못하고 심지어 두 번째 이야기는 여러 장면이 생략된다. 우린 모두 설명의 공백을 질색하기에 앞선 이야기를 바탕삼아 두 번째 이야기를 구성해낼테고, 간간히 충돌되는 장면에선 유쾌한 이질감이 느껴지기에 웃고 넘어간다.

여기서 픽션의 함정이 있다. 감독의 시점에서 판결을 내리고 바라보는 것에 불과하나 보고 듣는 이는 신이 나서 판결에 동참한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이런 순간을 비틀면서 관객의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전작 “북촌방향”에서 느껴졌던 저예산 평행우주 SF영화까진 아니더라도 반복되는 일상의 편린을 통해 무심코 행하고 뱉었던 언행을 다시금 환기시킨다는 면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여전히 불편하면서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