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할 것들

2015년 3월 20일

일요일에 할 것들.

날씨 좋은 봄날에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지만, 다음 주부터 주말마다 통영-오사카-교토-포항-경주-가평를 찍을 거라 이번 주말엔 몸을 사려야지. 대신 양조나 해야지. 오전부터 저녁까지 테스트 배치 세 개 정도를 만들까 한다.

대충 아래와 같은 삽질을 할 예정이니 도대체 이 사람이 이태원에 처박혀 뭐하나 궁금하신 분은 구경하러 오셔도 됩니다. 맥주 무한 제공 가능합니다. 헤헷.

1. Saison 테스트 배치 – LME, 부분곡물
작년 12월부터 13배치 정도 만들었는데 다 스타우트였다. 전에 커피 세종이라 만든 것도 결국 벨지안 스타우트가 되어 버렸고 이제야 첫 번째 밝은 맥주를 양조하다니. 남들은 페일에일로 시작한다는데 난 세종으로 결정한 게 약간 다를 뿐, 여전히 초보인 건 마찬가지다.

국내 수입된 세종이 많지 않아 스타일을 공부하기 위해 마셔볼 게 적어 마음에 걸린다. 내가 세종이라고 만든 게 보통의 관점에서 보면 괴작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야. 물론 그게 홈브루잉의 매력이긴 하다만 비교대상이 적다는 건 단점이다.

LME(Liquid Malt Extract)에 스페셜 몰트 살짝 넣고, Mt.Hood 홉을 써 봐야지. 효모는 WLP566. 2~3시간 걸릴 듯하다.

2. Belgian TLF(This Life Failed!) – 완전곡물
아이디어를 얻은 김에 TLF 레서피에 Belle Saison 효모를 넣어볼까 한다. US-05를 쓰면 뭔가 찝찔한 맛이 뒤에 남았는데 세종 효모를 넣으면 어떨까? 깔끔하고 드라이한 맛을 예상하고 있다. 발효력이 어마어마하니 최종 비중을 잘 끊는 게 관건이다. 오트밀의 끈적함과 세종 효모이 만나서 무슨 괴작이 나올지 기대되네. 예상 소요시간은 5시간 정도?

3. Hite “DADA!” – 이도저도 아닌 실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나온 아이디어이다. 그 맛 없는 하이트제로에도 몰트를 썼을 텐데 그거 가지고 장난칠 순 없으려나? 발효될 수 있는 당이 아직 하이트제로에 남아 있다면? 하이트 제로의 원재료를 살펴보자. 물, 맥아, 호프, 올리고당 등등. 1캔 기준으로 탄수화물이 14g, 당류가 8g 들어있단다.

일단 하이트 제로 두 캔을 사서 냄비에 붇고 살짝 졸여 탄산을 날리고 비중을 잰다. 1.040 정도로 맞춘 다음, 예전에 양조하고 남은 슬러지를 넣고 며칠 놔둔다. 비중이 줄었다면 발효가능한 당이 있다는 거지. 아니면 그냥 없었던 일로 치고 버리고.

만약 비중이 줄었다면 재미있는 장난을 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말이야 무알콜 맥주지, 약간의 비터링이 되어 있는 묽은 맥주 원액캔이니까. 심지어 가격도 싸다. 355ml 24캔에 13000원 정도로 한 캔에 500원. 다 부어서 끊인 다음 페일 에일 혹은 스타우트 등등 무한한 변용이 가능하다.

아직 구상 단계이지만 다다이즘을 본따 이름은 “Hite DADA!”로 지어야지. 모든 것을 파괴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무알콜 맥주에 투영하여 만든 맥주. 모르는 사람한테 한 모금 주고, 어 이거 괜찮은데요? 이러면, 엄숙하게 말한다. 한때 하이트제로였던 액체였죠. 하지만 다시 태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