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인생

2015년 2월 21일

누가 서울에서 도쿄를 찍고 삿포로를 갈까? 연휴라 표 구하기 어려워 그런 거다만, 몸이 힘들면서도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여정 중에 기차 시간이 꼬여 생각치도 않던 버스를 타고 일본 시골로 들어가고 뭐랄까, 직행으로 시원하게 간 적이 많지 않았다.

직행이란 단어는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안도감을 준다. 어쨌든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바로 갈 수 있으니까. 그에 반해 환승은 뭔가 돌아가는 느낌이고 시간도 더 들며 불편하다. 그래도 직행과는 사뭇 다른 재미를 줄 수도 있다.

비행기를 갈아타고 버스를 갈아탈 때 문득 직행과 환승을 삶에 비춰 봤다. 직행의 삶이란 건 확실히 정해진 경로로만 이동하는 게 아닐까? 여행으로 따지면 가이드북에 나온 대로 움직이고, 사람에 비유하면 어르신들이 자식들에게 바라는 안정적인 직장, 결혼, 자기 집 마련에 충실하고 무리 없이 해내는 삶이겠지.

환승의 삶은 좀더 피곤하며 질척질척하기까지 하다. 어디로는 가고 싶은데 헤매는 듯하고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한다. 삶에서의 환승을 실패, 삽질로 치부할 수 있겠다만 그 실패와 삽질은 또 다른 가능성을 맛보게 해주는 기반이 된다. 직행 인생하곤 다른 풍미랄까?

나는 여태 ‘직행의 삶’을 살도록 교육 받고 자랐다. 낙오자가 되지 않도록 안정된 삶을 누리도록, 부모님이 나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위협하며 독려했다. 허나 요즘에야 깨달았다. 직행의 삶은 대체로 허구에 가깝고, 나에겐 맞지 않는다. 곁다리로 빠지는 걸 좋아하고 삽질도 마다하지 않으니까. 환승 인생이면 뭐 어떤가?

오랜만에 집에 들러 떡국 먹고 서울행 버스 기다리며 끼적이다, 피식거린다.

그래, 난 지금 환승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