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독서 목록

2014년 10월 31일

10월 독서 목록

장미와 주목 – 애거서 크리스티
장서의 괴로움 – 오카자키 다케시
결정장애 세대 – 올리버 예게스
여행의 공간, 두 번째 이야기 – 우라 가즈야
헤밍웨이 위조사건 – 조 홀드먼
우표, 역사를 부치다- 나이토 요스케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이반 일리치
유령에게 말걸기
자본론을 읽다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다이어트는 운동 1할, 식사 9할 – 모리 다쿠로

취직하고 나면 독서를 별로 하지 못할 줄 알았다. 웬걸, 공연 관람과 음주를 병행하면서 한 달에 11~12권 정도 읽고 있네.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무슨 시간에 다 읽었는지 의문이다.

여튼 이번 달에 읽은 책 중에 “우표, 역사를 부치다”가 가장 기억에 남네.

“우표, 역사를 부치다”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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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2014년 10월 29일

요즘 쓰는 베개. 다 읽을 기대도 없고 몇 줄 읽다 자는 책. 단편 ‘변신’의 첫 문장처럼 내일 아침이 시작되면 근사하겠군..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변신>, 프란츠 카프카

다이어트는 운동 1할,식사 9할


“과연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것만으로 살을 빼는 것이 가능할까? 간혹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식사 조절을 하면서 기초대사량을 어떻게 옾일 것인지 고민할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근육을 늘리고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데만 연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에는 기초대사량의 40%를 근육이, 60%를 내장이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의식적으로 내장을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근육의 양을 늘려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육을 단련하면 기초대사량이 효율적으로 높아지며, 이때 신체의 활동 대사도 높아지므로 근육량을 늘리는 것을 다이어트의 왕도처럼 믿은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몸의 기초대사량의 40%를 차지한다던 근육의 비중은 겨우 1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그에 반해 내장의 비중은 다사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간과 뇌, 심장 같은 내장에 의한 대사가 기초 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1kg의 근육을 만들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련한 보디빌더조차 순수 근육량을 1~2kg 늘리는 데 거의 1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근육량을 늘려도 기초대사량은 하루에 겨우 14~45kcal 정도만 증가할 뿐이다.”

-<다이어트는 운동1할, 식사 9할>, 모리 다쿠로

어라?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 논문을 좀 찾아봐야겠다.

그, 것

2014년 10월 28일

물건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기.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쓸모없는 거라도 버리기가 힘들다. 아마 그것들을 습득했던 순간의 황홀함이라던가 특별했던 기억이 아로새겨져 있는 것 같으니까.

연극 “그,것”에서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나온다. 조용한 전당포에 물건들을 찾으러 오지만 결코 뭔가에 쓰려고 그러는 건 아니다. 희미해지는 추억의 실마리라도 붙잡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

극은 그들에게 간명하게 알려준다. “산다는 것은 사라진다.” 살아진다, 사라진다. 어떤 사물이 불멸의 징표가 될 수 없음을, 찰나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으면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물론 여전히 어렵긴 하다. 벤야민의 표현을 빌려 보면, 물건들이 수집가 안에 사는 것이 아니고 바로 수집가, 그 사람이 물건들을 통해서, 그 물건들 안에 사는 것이니까.

<그, 것 _ 물질과 사람 마주보다>
프로젝트박스 시야 (2014.10.17~11.02)

로풍찬 유랑극장

2014년 10월 23일

누가 나에게 왜 연극을 보러 다니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거다. “신기해서” 원 엉뚱한 답일지도 모르겠다만 진짜 그렇다. 몇 안 되는 소품, 조명, 배우만으로 보는 이를 몰입하게 만드는 게 너무 신기하지 않은가? 영화처럼 편집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지나치면 돌이킬 수 없는 휘발성 그리고 즉흥성도 매력적이지.

웬 연극 예찬이냐 하면, “로풍찬 유랑극장”을 보면서 연극의 매력을 되새기게 되어서. 이 작품의 배경은 여수순천사건과 6.25전쟁 틈새에 좌우 이념 대립이 극심하여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보성의 어느 시골 마을이다. 이 무시무시한 분위기 속에 유랑극단이 나타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상연하겠단다. 옆에선 총소리가 나고 시체가 굴러다니는데 연극 공연을 하겠다니.

마을 사람들의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유랑극단은 극을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진정한 연극예찬이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은 극에 홀딱 빠져 당시 끔찍한 상황을 잊고 울고 웃으며 하나가 된다. 스무 명 넘게 나오는 원작을 네 명이 돌려 막는 허술한 공연임에도, 연극은 관객들과 배우를 어딘가 존재할 다른 세상과 잠시나마 이어준다.

“극장 안에는 극장 밖에 꺼진 밝은 세상이 있다네.
극장 안에는 극장 밖에 꺼진 밝은 세상이 있다네.” – 극중 대사

희망을 고대하는 관객과 극에 몸을 던질 배우들만 있으면 비록 환상이라 할지라도 환희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고 그 값어치는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뭐, 지치고 고달픈데 그런 걸 보고 듣고 할 여유가 있겠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겠지. “로풍찬 유랑극단”은 명료하게 대답한다. “연극은 사람이 왜 먹고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거다. 쌀보다 훨씬 진귀한 거다.”

근사한 연극 예찬인 “로풍찬 유랑극장”을 보고 나오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이 맛에 연극 보는 거지. 극단 달나라 동백꽃의 레퍼토리로 정착되어 다음에도, 여러 번 볼 수 있었음 한다.

<로풍찬 유랑극장>, 김은성 작, 부새롬 연출, 극단 달나라 동백꽃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2014.10.23~11.02)

프랭크

2014년 10월 22일

가면을 쓰면 편안하다. 내 표정, 속마음이나 약점을 감출 수 있잖아. 이게 꼭 나쁜 건 아니다. 비록 얇고 허술한 가림막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부여하니까. 영화 “프랭크”에서 프랭크가 가면을 쓰고 다니는 것도 그런 맥락 아닐까?

가면을 바라 보면 불안하다. 그 안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모르니까. 거칠거나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하지. 가면을 벗어, 솔직해져봐. 허나 우리는 대개 심리적인 가면을 쓰고 다니면서도 그 존재를 잊어 버린 채 서로에게 요구한다. 가면을 벗어.

영화 속에서 존은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여 프랭크가 이끄는 밴드에 합류한다. 장기간의 합숙동안 존은 프랭크의 재능에 감명 받고 점차 그를 닮아 가려 한다. 하지만 존에게는 없고 프랭크에게 있는 것은 바로 재능이었으니 존은 곧 한계에 다다른다.

존은 유명해지고 싶었고 트위터나 유투브에 밴드의 일상을 중계한다. 조회 수, 팔로워 수에 집착하며 자신의 욕망을 밴드의 욕망이라 여기면서 일을 추진한다. 밴드 구성원들간의 파열음은 커져만 가고 영화는 점차 그 흔한 로드무비의 결말인 성공, 훈훈함과는 멀어진다.

가면을 쓰지 않은 존보다 프랭크가 훨씬 솔직담백한 게 아주 역설적이었다. 앞서 말했 듯이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가면을 쓰고 다니는데 프랭크는 당당하게 물리적인 가면을 썼던 것이고, 존 또한 심리적인 가면을 썼음에도 비겁하게 그 자신을 부정했던 셈이다.

그저 음악 영화인 줄 알고 본 건데, 귀에 남는 음악은 별로 없었던 영화 “프랭크”. 오히려 인간의 가식, 광기, 욕망에 대한 찝찝한 몽상만 얻고 영화관을 나섰다.

우표, 역사를 부치다

2014년 10월 20일

“우표, 역사를 부치다”를 읽으면서 여태 지나친 우표의 의미에 생각해보게 된다. 우표는 한 국가가 우편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의 체계를 갖췄으며 서비스의 수요가 있음을 입증하는, 과시의 산물이다. 또한 국제 우편의 경우 많은 이들의 손을 타는 만큼 대외 선전용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우표가 활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저자는 우표를 통해 치열했던 세계사 그리고 복잡한 지정학적 의미를 지닌 한반도 이야기를 풀어낸다.

검열 표시로 뒤덮인 군사 우편, 왕의 초상을 급히 지우고 그대로 쓰는 혁명 정부의 우표, 전시戰時에 상대방 국가를 조롱하는 그림이 인쇄된 엽서들, 급격한 인플레이션 덕분에 자꾸 가격을 수정한 우표, 우편을 전달하는 본연의 목적은 사라졌으나 독립의 염원이 담긴 망명 정부의 우표..

수십 년 전의 사람들이 보내고 받은 우편물이라도 배경을 알고 다시 보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더라. 그들이 살았던 세계의 상황, 혹은 보낼 당시의 급박함 등이 참 생생하게 다가온다. 매일 보는 사물에서 또다른 면모를 발견한다는 게, 바로 방향 없는 독서의 장점 아닐까? “우표, 역사를 부치다” 또한 그 성공적인 케이스에 넣어둬야 할 듯하다. 어린 시절에 우표를 수집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라 추천하고픈 책이다.

여행 리스트들

2014년 10월 16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자꾸 여행 가고 싶네. 마침 친구가 경주에서 어딜 가보는 게 좋겠냐며 물어봤던 터라, 아 경주 지금 가면 참 좋지 이러며 나도 기차표를 살 뻔했다. 단풍도 보러 가야 하는데. 예전 산골에서 군복무하던 때가 기억난다. 금요일마다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영주까지 차를 몰았지. 평상시엔 휘리릭 지나쳤을 곳들이 빨갛게 물들어 너무나 아름다웠던 거라, 음악 틀어놓고 일부러 천천히 운전했다. 봉화군 소천면이었나, 낙동강 상류 자락에 차 세워두고 멍하니 앉아있다 정신차리고 서울로 향했지. 어딜 갈까, 뭘 볼까, 취직하면 뭔가에 매여 있고 차분한 삶을 살 줄 알았다만 역시 아니었어.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리의 힘이 풀릴 때까지 돌아다녀주마.

대충 짜본 리스트들.

경주.
경주가 가장 예쁠 때는 봄과 가을이다. 교과서에서 자주 보던 불국사나 석굴암에 가는 것도 좋지만 역시 경주의 정수는 남산 아닐까 싶다. 포석정 입구에서 슬슬 올라가다 보면 발에 채이는 게 불상이요 탑이다. 아 가고 싶다. 당일 치기로 함 갔다 와야지.

대전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이응노 미술관이야 작품이 바뀔 때마다 찾는 곳이고, 간 김에 시립미술관도 들러야지. 마침 단독 회화전을 연다고 하니 기대된다. 대전역 앞에 신도칼국수에서 양푼이 칼국수 한 그릇 해치우고 시작해야겠구나.

강릉
더 추워지기 전에 동해안 바닷가 함 걸어 봐야지. 카페 보헤미아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물대신 맥주 마시면서 걸어야지.

통영
윤이상국제음악콩쿨
이번엔 바이올린 부문이다. 11월 8,9일쯤 결선을 할 듯한데 휴가 내고 보러 가야겠네.

서울독립영화제 (2014.11.28~12.6)
단편들을 챙겨봐야지. 이거 지나면 진짜 겨울이 오겠구나.

차였다.

2014년 10월 14일

차였다.

간단한 카톡 메시지로 말이다. 그런데 별 느낌이 없었다. 차이기 전이나 후나 생활이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오히려 홀가분했다. 주말 저녁에 이태원에서 혼자 술을 마실 때마다 마주친 이들은 날 동정하며 한 마디씩 했었지.

여친이 없어서 혼자 다니는구나, 있으면 달라질 거야. 그런데 있었다. 허나 차마 있다고 말하긴 힘들었다. 허허 이번 주말은 바쁘다고 하네요. 이 핑계를 매주 대기도 지치니까. 게다가 내가 말하면서도 상상 속의 동물 이야기처럼 다가오니, 이거 참.

여친이 없어서 혼자 다니는구나, 있으면 달라질 거야.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치열한 자아투쟁 끝에 일그러진 얼굴로 말을 얼버무리며 맥주를 마셨다. 그 속을 모르는지 남들은 농을 던졌다. 얼굴 좋네, 연애하나? 살 좀 빠졌네, 연애하나? 아니오, 밥 대신 맥주를 마시기 때문입니다.

뭐, 좀 씁쓸하긴 했다. 하다 하다 카톡으로 결별 통보를 받는구나. 담에 만날 사람한테는 미리 부탁해야지. 날 찰 땐 전화나 직접 대면해서 말하면 아주 감사하고요, 적어도 MMS로 통보 부탁해요. 아무리 그래도 그 메시지의 가치가 무선 데이터 패킷 값보단 비싸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탁합니다.

질문과 대답

2014년 10월 3일

요즘 듣는 야그와 해주는 대답

너는 술을 마시기 전에 나의 질문을 세 번 부정하리니.

와, 얼굴 좋네! 연애하나?
아니오, 당신이 건네주는 좋은 술 때문입니다.

살 좀 빠졌네? 연애하나?
아니오, 밥대신 술을 마시기 때문입니다.

목소리도 좀 달라졌네. 연애하나?
아니오, 술을 너무 많이 마시다 보니 득음했기 때문입니다.

무척 배고팠다.

2014년 10월 1일

무척 배고팠다.

어제 저녁도 먹지 않았으니. 직장 주변의 분식집에 들러 김밥을 주문한다. 가게 안에 켜놓은 TV에서 어떤 아줌마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투자를 할 때 뭘 보겠어요? 바로 국민성이에요. 얼마나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있는지 본다고요. 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만 집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초국적 기업은 국민성보다는 그 나라의 노동 유연성의 정도를 먼저 보겠지. 얼마나 쉽게 해고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겠지. 기업들은 여러 나라를 상대로 게임을 할 거야. 저 나라에서 생산 물량을 줄이고 너희 나라에서 설비를 증설할 건데 말이야, 무슨 조건을 내걸래? 세금 혜택을 넘어서 관련 법규 개정까지 요구하겠지. 그런 조건이 마련되고, 열정과 패기가 있으면 기업 입장에선 환영하겠지. 오라, 노예여, 너희에게 일자리를 주겠다.

TV 안의 아주머니께선 청중들의 맞장구에 흥이 나 말씀하신다. 기업들이 우리나라한테 투자하면 누구한테 좋겠어요? 그래요! 국민들한테 좋겠죠. 음 틀린 말은 아니다만 집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공장 짓는 것을 넘어서서 거의 모든 것들이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전에는 공공재라 여겨졌던 것까지도. 수도나 철도 같은 걸 투자라는 명목으로 다 넘길 수 있지 않나. 선진화라는 밝고 희망찬 어휘를 써가면서 말이다. 물론 나라 문을 닫고 우리 혼자 잘 살아 보세라는 건 아니다만, 이미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힘이 국가에 남아 있나 회의가 들었다. TV 안의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글쎄요, 제 딸이 미국 고등학교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어요. 미국 대통령이 주는 상을요. 와아. 결국 자식 자랑이었나? 그냥 김밥, 참치 김밥 나왔습니다. 네. 직장에 깁밥을 들고 와 허겁지겁 먹는다. 살 만하군. 그래,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국민성을 갖춘 우리나라는 투자를 많이 받아 잘 살 수 있겠지 뭐. 왜 이리 까칠하고 생각이 많았을까?

무척 배고팠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