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받으러 갑니다.

2014년 8월 24일

퇴근이다. 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어딜 그리 바삐 가세요? 헬스클럽에 갑니다. 오, 운동하시는군요? 아뇨. 그럼? 헬스클럽 환불 받으러 갑니다. 네? 누군가에게 이끌려 충동적으로 헬스클럽에 등록한지 5일 만에 정신을 차렸다. 난 밀폐된 공간에서 거울을 보며 운동하는 것보단 그냥 멍하니 걷는 걸 선호한다. 걸으며 온갖 망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걸 즐긴다. 여태 목적 없이 산책하다, 감량을 목표로 운동을 하다니. 답답했다. 게다가 누가 나에게 배가 나왔다고 생각하든 말든 신경 안 쓰는 터라. 환불 받은 돈으로 맥주나 마셔야지. 헤헤.

깨지 않는 술

2014년 8월 22일

아침에 낄낄대며 일어났다. 술이 덜 깼나? 그다지 많이 안 마셨는데. 어제 재미있는 일이 있었나? 그럴지도. 대충 씻고 나갔다. 뭘 먹을지 고민하며 홍대 쪽으로 걸어가다 두 여자를 봤다. 길가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햇빛을 맞으며 서로 열변을 토했다. 아침 9시에 말이다. 꽤 근사했다.

순대국집에 들어갔다. 국밥을 하나 시키고 주위를 둘러보다 다른 테이블의 두 남녀를 봤다. 순대국에 소주 한 병. 혀가 꼬부라진 채 뭐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고 간간히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소주를 다 마시고 그들은 비틀거리며 국밥집을 나갔다. 아침 9시 반에 말이다. 꽤 근사했다.

밥을 먹고 홍대 주변을 걸었다. 골목골목의 해장국집, 공원의 벤치, 계단. 그들을 보았다. 비틀거리고 이야기하고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급한 약속이 있는 것처럼 또렷또렷한 발걸음으로 지하철역에 들어가는 이들 사이에 그들은 그저 앉아 있었다. 아침 10시 반에 말이다. 꽤 근사했다.

걸으며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만약 절대 깨지 않는 술이 있다면 어떨까? 거하게 한잔하고 마지막으로 털어 넣은 술이 바로 그 술이라면? 평생 얼굴에 홍조를 띈 채 맞아도 아프지 않고 내일의 근심 걱정 따윈 없을 것이며 쉴 새 없이 웃다 쓰러져 잠들고 낄낄대며 일어나겠지. 꽤 근사한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걷다 보니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뒤돌아 보니 그들은 사라졌다. 꿈이었나? 아님 술이 깬 건가? 혹은 그들이 바로 나였나? 혼자 중얼거리며 집으로 걸어간다. 꽤 근사한 일요일이군.

2014년 하반기 가볼 곳들

2014년 8월 21일

2014년 하반기 가볼 곳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를 놓친 게 너무나 아쉽다. 자라섬과 부산영화제 중에 저울질 하다가 이번엔 자라섬 가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서인가, 주말 당일 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코스를 찾아보고 있다. 대충 짜보니 아래 일정 정도가 나오네. 서울에서 하는 건 추석연휴에 몰아 보고 지방에서 하는 건 당일치기로 갔다 오려고 한다. 2년 전 대전에서 진행된 비엔날레은 올해 하긴 하려나?

대전 가면 대전역 신도칼국수 한 그릇에 성심당 빵 베어 물고 지하철 타고 시립미술관 가면 되고, 광주 가면 비엔날레 원데이 패스 끊어 놓고 작품들 보다 배고프면 대인시장 들러서 아무거나 사먹고, 부산 가면 미술관 들렀다 걷다가 바다 보며 맥주나 마셔야지.

아. 혼자 다니는 거에 너무 익숙해졌어..

(2014.6.14~9.21)
대전 이응노미술관

(2014.8.23~12.31)
서울 환기미술관
참여 작가: 로빈 미나드, 김치앤칩스, 캐틀린드 브라운, 웨인 가렛, 배정완

EBS국제다큐영화제 EIDF (2014.8.25~31)
서울역사박물관, 인디스페이스, KU시네마테크, EBS스페이스

리움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 (2014.8.19~12.21)
서울 리움미술관

(2014.8.25~10.19)
서울 토탈미술관 – 안토니 문타다스 개인전

광주비엔날레 (2014.9.5~11.9)
광주시 일대, 광주비엔날레관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4.9.2~11.23)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한국영상자료원

부산비엔날레 (2014.9.20~11.22)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 고려제강 수영공장 등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014.10.3~5)
가평군 일대

Nerd!!

2014년 8월 19일

오늘 밥 먹다 내가 ‘너드nerd’같다는 말을 들었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하더라. 헝클어진 머리, 땀에 젖은 셔츠, 툭하면 코에서 흘러내리는 안경, 누굴 만나든 무심하게 신고 다니는 등산화, 맥주를 퍼 마시면서 나오는 배. 우리 식으로 따지면 안여돼(안경 쓴 여드름 돼지)에 가깝겠지? 아쉽게도 나에겐 여드름은 없군. 성향도 너드에 가깝다. 무언가에 빠져들면 주위 신경 쓰지 않고 그것만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서만 야그하는 경우도 참 많잖아.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등 후광이 눈부신 너드도 많으나 나는 일단 AVGN(Angry Video Game Nerd)를 지향한다. 일단 AVGN 영상 하나만 보고 가자.

AVGN – 사막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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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디피아를 뒤적였다. 강박적인 행동과 사고를 보이고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아스퍼거 증후군의 기미가 보인다. 위키가 그렇다는 거지, 진지하게 볼 건 아니다. 여튼 엄밀히 말해서 나는 저 세 가지에 해당되진 않는다. 그럼 내가 너드가 아닌 건가?

결론은, 뭐 어쩌라고? 내가 너드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면을 보면 난 영락없이 너드이고, 다른 면을 보면 아니겠지. 이렇게 상대방의 조크를 다큐로 받는 것도 너드인 건가? 게다가 난 무언가에 미쳐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이들과 이야기하는 걸 즐긴다. 남들이 나를 묶어 뭐라 칭하건 상관없다. 대화 중에 그들이 포착해낸 특징들이 모여, 서형탁이라는 이름 아래의 통합적인 인격체가 바로 나인 거니까. 그러니까 여러분, 저에 대해 좀더 이야기 혹은 뭔가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게 재미있으니까요. 하하.

윤석철 트리오

2014년 8월 6일

요즘 자주 듣는 윤석철 트리오의 음반 “Love Is A Song” 구릉열차라는 밴드의 홍대 스트레인지 프룻 공연에서 이 분의 연주를 처음 들었다. 그 때는 키보드를 굉장히 능숙하게 다룬다고 생각했을 뿐 특별하게 여기진 않았는데 우연히 이름 검색해서 윤석철 트리오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굉장하더라.We don’t need to go There – 윤석철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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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일레트로닉을 재즈에 버무리면서 비틀거리는 리듬을 자유자재로 펼쳐내는 게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DJ Soulscape의 “Love is a song”을 커버한 트랙은 계속 재생하게끔 하는 매력이 있었다. 일렉트로닉 음향을 재즈 피아노 트리오로 옮기면서도 몽글몽글 피어 오르는 따뜻함을 잃지 않다니.

음주권장경음악 – 윤석철트리오
흡사 디제이가 그루브 박스를 다루는 듯한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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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a song – 윤석철 트리오
이 음반의 백미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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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벨로주의 재개관 공연에도 윤석철트리오가 나온다니 관심있는 분들은 함 찾아보시길.
2014.8.22 오후 8시 카페 벨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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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있나요?

2014년 8월 3일

누군가 물었다. 지금 잘 살고 있는 것 같냐고. 무슨 소리에요? 아, 일 하다 문득 이렇게 살아도 좋은 건지 지금 삶의 방향이 잘 잡힌 건지 고민을 할 때가 있잖아요. 지금 잘 살고 있어요? 그럭저럭요. 아니, 그런 미적지근한 반응 말고요. 잠시 생각 좀 하다 대답했다. 네, 잘 살고 있어요. 진짜요? 네. 나는 삶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진 않다. 다시 말해, 어떤 거창한 목표가 없다는 거다. 그저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체력과 시간이 있으며 그걸 밑받침해줄 직업이 있다. 사람들을 여행 중에 만난 이들처럼 부담 없이 대하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웬만하면 도와주려고 한다. 외로움이라는 감정도 삶에서 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라 여기고 허허거리며 퉁친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함께 있어서 좋고, 혼자 있으면 자유로워서 좋다. 여행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읽고, 보고 싶은 공연이 있으면 본다. 맛난 맥주와 함께 하면 더 좋지. 그래, 난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