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o Amore

2011년 1월 31일

이름은 Primo Amore(첫사랑)이지만 내용은 섬뜩하다. 금세공사인 남자가 마치 장식품을 주조하듯이 여자에게 체중감량을 강요하는데.. 저 장면보면서 여자에게 감정 이입이 되더라. 57kg는 무겁다면서 40kg을 요구하는 남자. 거기에 맞추는 여자. 둘다 문제가 있긴 하다만..-_-; 집착.. 집착이 문제야. 이 영화보고 마테오 가로네라는 이름이 마음 깊숙히 박히긴 했다만..

http://www.youtube.com/watch?v=-EQgur3mClA
‘우리’의 뜻..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을 빼는 여자.. 넌 안빼도 되!-_-

http://www.youtube.com/watch?v=cLRzxnXHp1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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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kg의 육체와 영혼을 갖춰야 한다는 비토리오의 설득과 거기에 고개를 숙이는 소냐.. 인물을 희뿌연하게 처리한 게 인상적이다. 둘이서 이미 현실을 떠난 듯한 야그를 하는 거라는 암시인 것같기도 하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좋은 영화를 많이 보게 된다.요즘 거의 종로로 거의 출퇴근하고 있다. 설 연휴엔 뭘하고 지내야 하나.ㄷㄷ

그러려니.

아! 이 아름다운 모든 것을 침침한 눈으로 봐야한다는 것?! 이토록 아름다운 모든 것을 지겹고, 따분하고, 짜증나는 눈으로 보는 것! 그게 바로 “늙음”이다. 그게 바로 “시들어가는 것”이다. (미하일 조쉬첸꼬, 되찾은 젊음)

빌어먹을.

많은 걸 보더라도 그러려니.

이러고 넘어가는, 당연하게 넘어가는 게 너무나 많았다.

다행히 귀로 듣는 건 그렇진 않다만.. 이건 음악에만 국한된 것.

누가 야그한 걸 곧바로 듣는 경우도 별로 없었다.

노인네처럼 아집이 굳어버린 건가.

아직 늦진 않았을 거야..

제발…

순례자.

2011년 1월 30일

mom: 돼지야, 어디로 가?

me: 나? 영화보러 종로로..

mom: 누구랑?

me: 혼자~

mom: 아아.. 널 순례자라 부르겠다.

me: -_-

며칠있다가.

mom: 돌아다니면서 밥은 챙겨먹니?

me: 하루에 한끼..

mom: 오늘은 뭐 먹었어?

me: 이태원에서 내가 좋아하는 인도 식당에서..

mom: 혼자?

me: 응

mom: 순례자답구나. 훌륭해~

me: -_-

그 후.. 아침마다..

mom: 순례자여 오늘 어디로 떠나십니까.

me: ……..영화보러…

mom: 혼자겠지?

me: 옙~

mom: 밥은 챙겨먹고 돌아다녀. 아차, 존칭을 생략했네. 순례자님~

me: 사이클좀 타고 나갈게.

아침마다 뭐 이렇다.

무소르그스키의 “죽음의 노래와 춤” 중 ‘트레팍’

2011년 1월 24일

무소르그스키의 “죽음의 노래와 춤” 중 ‘트레팍’

숲은 고요하고, 어떤 영혼도 보이지 않는다…
바람은 슬피 울부짖는다…
저기 저멀리 어둠의 밤이 깔려오는 곳에
어떤 무서운 존재가 배회하고 있다.
보라! 저쪽을! 어둠의 그림자 검게 모인 곳에
죽음이 어느 불쌍한 농부를 덮친다.
지금 그는 뜨레빡을 추도록 초대받았다.
쾌활하고 즐거운 소리로 노래를 불러준다.
“야호! 나의 불쌍한 일꾼은 허리가 굽고 나이가 들어,
보드까에 취해서 길을 잃고 헤매는구나..
눈의 정령 때문에 눈이 멀고, 변덕스런 망령에 이끌려,
길도 없는 숲을 지나 망망한 초원을 넘어서.
일과 고난의 결과 너의 몫은 무엇이더냐?
여기서 쉬게나, 불쌍한 농부여, 내일이 올때까지.
보게나, 난 그대에게 따뜻하고 하얀 덮개를 부어주고 있다네.
쉬면서 그대 주위 춤추는 눈송이들의 모습을 보게나.
백조의 깃털처럼 부드러운 침대에 그대는 누워 있다네!
헤이! 사나운 질풍아, 날아가면서 저녁인사를 불러주게나,
거친바람아, 긴 어둔 밤동안 부드러운 노래를 불러주게나,
지친 일꾼이 아침해가 밝도록까지 잠들 수 있도록.
숲과 벌판, 그리고 조각구름떼가 바람에 휘몰려가고,
어둠과 폭풍우와 눈덩이가 쌓이고,
가벼이 떠다니는 눈송이들이 빈틈없는 덮개로 짜여진다네,
흠없는 동심에 꼭 맞추어져서, 잠든 불쌍한 이의 주위에…
쉬어라, 쉬어라, 불쌍한 친구여, 잠든 행복한 자여.
밝은 여름날, 누런 곡식의 꿈을 꾸시게!
햇살은 비추이고, 낫이 휘둘리는데
종달새의 노래가 들려오나니.”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의 베이스.. 정말 좋아하는 러시안 베이스 중의 한 명이다. 백발의 베이스.. 얼마나 멋진가!

디터 람스 디자인전..

2011년 1월 17일

처음에 디터 람스의 초기 디자인을 봤을 때 전 날에 봤던 훈데르트바서 전시회랑 너무 상반되서 어색했다. 곡선 대 직선 이런 구도 랄까. 훈데르트바서의 건축물이나 그림에선 기하학적이거나 직선을 지양하였지만 디터 람스의 제품 디자인은 효율, 합리성의 극단을 보는 것같았다. 허나 3시간 가까이 보면서 그런 부정적인 시각은 조금씩 없어졌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십계명.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유용해야 한다.
3. 좋은 디자인은 심미적이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이해를 돕는다.
5. 좋은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 간다.
8.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10.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적게 디자인한 것이다.

이런 원칙을 세우고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이 과연 몇 군데나 될까. 제품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포장, 케이스, 매뉴얼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저 원칙을 따른 것을 보고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그저 어떻게든 제품만 내놓고 나몰라라 하거나 베끼기에 치중하는 기업이 많은데 40년 이상 저런 원칙을 지켜왔던 것은 독일인 특유의 기질인건가. 아무래도 우리가 곧잘 말하곤 하는 장인정신에 가장 맞닿아있는 것같다.

전시회를 보다가 구석구석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옆에는 브라운이라는 회사의 디자인 팀이 어떤 문화의 영향을 받았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책자를 보게 되었는데 이 또한 새로운 세상이더라. 너무 모르는 게 많다. 덕분에 문화사 관련 책자도 찾아서 읽어 봐야 겠다.

디터 람스가 가전 제품뿐만 아니라 가구도 설계했는데 웬지 다들 이케아 삘이 났다. 만일 내가 내 방을 꾸민다면 들여놓지 않을 스타일이었지만 그의 철학은 맘에 들었다.

“내 생각에 집은 삶이 집중되는 장소이며,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장소여야 한다. 따라서 집안의 가구는 일련의 구체적인 기능을 충족시켜야 한다. 가구는 용도가 있는 물건이지 그 자체가 삶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자신을 내세우고, 사람들의 주의를 빼았는 가구는 숨이 막힐 듯하다.” (디터 람스, ‘왜 고전작품은 고전작품인가?’)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큼의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전시회였다. 사실, 구형 가전 제품만 모아둔 거라 생각하면 별거 아닌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제품들의 디자인의 근간을 보러 가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볼만한 전시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