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1 손열음 피아노 독주회

2005년 11월 12일

공연 프로그램.

베토벤 _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op.27-2 <월광>

베토벤 _ 피아노 소나타 제23번 op.57 <열정>

쇼팽 _ 전주곡 op.28

 

며칠전에 백혜선의 독주회랑 “월광”이 겹친다. 게다가 후반부엔 쇼팽으로 이루어져 있고. 비교를 안 할수가 없다. 신,구의 대결인가.ㅋㅋ

베토벤의 월광. 그 유명한 1악장의 고요함.. 고요함에도 종류가 있으니, 크게 두 가지다. 호수에 달빛이 슬슬 비치는 아주 평화롭고 낭만적인 정경으로 편히 음미할수 있는 고요함이 첫번째요, 나머지 한가지는 달이 서서히 뜨는 가운데 홀로 조용한 숲속에 남겨져 있는데 숲속에서 뭔가 나올것만 같은 고요함이다. 이번 손열음의 연주는 후자에 속한듯 싶다. 엄청난 힘을 소유하고 있지만 무지막지한 자제력으로 다스리는 느낌이다. 그 힘은 2악장을 지나 3악장에서 확실히 입증되었다. 백혜선 씨의 연주는 힘쓰고 애쓰는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렸지만 손열음은 그러는 게 별로 보이지 않았다. 원래 가지고 있는 걸 풀어내고 있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지만 강력하게..

소나타 14번이 끝나고 나서 멍해졌다. 이 정도란 말인가. 그렇지만 “열정”은 월광보다 더한 연주였다. 그녀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같았다. 14번 월광에서 못 보여준 여분의 힘도 같이 말이다. 1악장은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나는 리히터의 녹음에 익숙해 있었지만, 이내 손열음이 들려주는 연주에 설득당하고 말았다. 3악장 마지막의 프레스토는 죽음이었다. “열정”을 통틀어 3~4번정도의 미스터치가 보였지만 그거 가지고 애기하는게 미안할 정도로 굉장했다. 분명 손열음의 파워가 가감없이(더 있을지도 모른다;) 발휘된 연주였다.

쇼팽의 전주곡. 결론부터 말하겠다. ‘하나의 계시’였다. 연주회 전에 폴리니와 코르토의 음반을 듣고 갔는데..(소콜로프는 다 듣진 못했다) 괜히 폴리니의 연주를 듣고 가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폴리니의 음반은 다들 알다시피 스튜디오 레코딩이고 도에 지나친 완벽함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녹음이다. 허나 이것만은 몰랐다. 오늘 독주회에서 적어도 그 이상인 연주를 만날 줄은..

전주곡 1번부터 상당히 빠른 템포로 시작해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저 템포가 계속 유지되려나. 기우였다. 전주곡 24곡 내내 그 템포와 강도는 주욱 계속되었다. 빠른 곡뿐만 아니라 2, 4, 6번 같이 우울한 곡도 강력한 왼손에 의해 그 표정은 더 구체화되었다. 1,2,3,4,5,6 까지는 빠름-느림의 구조로 분위기가 대조되는데, 손열음은 완급조절을 기가 막히게 하며 모든 걸 빠짐없이 표현하였다.

나는 전주곡을 들을 때 8곡씩 3세트로 나눠어서 감상한다. 8번째마다 급박한 분위기의 곡이 배치되면서(8,16,24번) 9,17번은 바로 앞 곡에 비해 이완된 분위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뭔가 급하고 호소하는 듯한 8번이 지나고.. 내 방식대로 말하면 이제 2세트가 시작된 셈이다. 손열음은 여전히 놀라운 연주를 들려 주었다. 차분한 9번을 지나 ‘말타고 달리는’ 12번은 무한한 정열을 선보이고, 13번에서 16번까지 이르는 ‘황금세트’에선.. 더 이상 수식어를 붙이면 안되겠다.ㅋ

‘세번째 세트’는 앞의 연주와는 달리 좀 불안했다. 하지만 그건 17번과 19번에만 국한된 이야기이다. 17,19번에서 약간의 미스가 보였지만, 내가 뭐 악보보고 음표하나하나 따질려고 음악회 가는 것두 아니고..ㅋㅋ 장송행진곡 20번에선 ‘느린 발걸음’을 재현해냈고 단조로운 발걸음에서도 미묘한 표정변화를 느낄수 있었다. 22번은 말그대로 비트가 전해져 왔고, 24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세번의 D음이 점점 사라져가자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면서 박수가 나왔다.

내가 웬만하면 오바를 안하는데 이번엔 큰소리로 “브라보!!”를 두번 외쳤다. 뭐, 굉장했으니.. 앵콜로 왈츠를 연주되었다. 내가 콘서트홀을 나와 집으로 걸어가면서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말이.. “음반 내야겠네”(연습곡은 나왔으니.. 전주곡으로..)

전반부의 베토벤 연주는 그녀의 파워풀한 진면목을 보여주고 나중에 또다시 들고나올 베토벤에 대해 기대를 가지게 하였다. 후반부의 쇼팽 전주곡은 이미 완성되있다 라는 말이 나올만큼 대단한 연주로 과연 음반 나오는지 안나오는지 지켜봐야 겠다.ㅋㅋ 손열음 브라보!!

2005/11/07 성남아트센터 백혜선 피아노 독주회

2005년 11월 8일

약용자원학 교수님이 예정시간을 넘겨 수업을 끝내셨기 때문에, 학교끝나자마자 성남아트 센터로 달려갔다. 콘서트홀에 올라가니 웬 교복 차림이 많은건지..

자리에 앉았는데 내주위엔 거의다 고딩 아님 중딩들이었다. 뭐, 예중, 예고학생들이겠지. 분위기가 많이 산만했다. 특히 내 옆에 있던 애는 휴대폰을 계속 만지막거리고 팜플렛을 부시럭거리며 다리를 떨고 계속 주위를 둘러보더라. 첫곡인 베토벤 론도 C장조가 시작해서 끝날때까지 그랬다. 뭐라고 주의를 줄까 그랬는데.. 모르는 사이인데 뭐라고 하긴 그래서 눈치(?)좀 줬더니 연주회 끝날때까지 조용히 있더라.

백혜선 씨의 베토벤. 아주 훌륭했다. 첫곡 론도 C장조는 유려하면서도 섬세한 연주였고, “월광”은 페달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게 해주었다. 특히 3악장은 듣는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이런 월광은 길렐스의 실황 녹음(멜로디야)에 비견될만한 다이내믹한 연주였다. 아아니, 여성 피아니스트의 손에서 이런 연주가 나올줄이야..

“고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같다. 백혜선씨는 감정을 풍부하게 넣어 연주하셨는데 이렇게 적극적인 “고별”은 처음이었다(어감이 이상하군). 2악장의 쓸쓸함, 3악장의 재회의 즐거움. 각 악장마다 붙어있는 부제가 아니더라도 직접적으로 와닿게 연주된 것같았다. 지금 글을 쓰면서 니콜라예바의 연주를 듣고 있지만 백혜선씨의 “고별”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어 싱겁게 느껴진다.

중간휴식이후 쇼팽의 연습곡 op.25(op10인줄알았다;;) 나는 이 곡을 감상할때 두가지로 나눠서 듣는다. 폴리니 류의 차갑고 정확한 무심타법, 최근에 알게된 소콜로프의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느리지만 숨겨진 선율을 들려주는 연주. 백혜선 씨의 쇼팽 연습곡 op.25 은 1번부터 6번까지 많이 혼란스러운 연주였다. 곡을 듣는데 약간 어긋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7번에서 아주 진중한 템포로 심연까지 내려가고, 10번에서 12번까지 쉬지않고 이어서 연주하였는데 12번에선 온몸을 들썩거리며 엄청난 역주를 선보였다. 정말 전기가 찌릿찌릿 느껴졌다. 6번까지의 연주만 뺀다면 좋은 op.25였다. 뭐, 연습곡 op.25가 난곡이라는 것도 새삼 느꼈고.. 백혜선씨가 땀을 흘리면서 연주를 끝마쳤으니 말이다.

앵콜은 모두 세곡. 차이코프스키의 사계중 “10월”, 쇼팽의 연습곡op.10-5, 왈츠 6번

만족스러운 연주회였다. 특히 베토벤에선 백혜선씨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는지 느낄수 있었고, 쇼팽의 연습곡 에선.. 7번과 12번 연주가 기억에 남는다.

11월 11일에 손열음 독주회가 있다. 그때 공연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월광, 열정. 그리고 쇼팽의 전주곡op.28 . 중견 피아니스트와 막 떠오르는 신예의 대결이 볼만할듯.ㅋㅋ 금요일아 어서 와라~

정명훈 브라보!! 11월 6일 성남아트센터 공연..

2005년 11월 7일

정오쯤에 일어나서 낼 해부학 숙제하다 다시 졸고.. 숙제하고, 책읽다, 다시 의식을 잃고.. 동생이 날 흔들어 깨웠는데 그때가 5시였다. 6시 공연이니, 서둘러서 옷을 입어야 했지만, 뭐, 집옆인데..

오페라 극장에 올라가니 사람 진짜 많이 왔더라. 바글바글. 5시 40분이 되었는데 아직도 문을 안여는 것을 보니 리허설을 한참 하고 있는 것같았다. 이제 문이 열리고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운좋게도 지휘대 에서 불과 3줄 떨어져 있어서 정명훈씨의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수 있고 또한 거의 중앙이어서 스테레오를 즐길수 있는 적절한 자리였다. 사실, 매진되버리는 바람에 못 볼수도 있었는데 ‘무한새로고침’ 신공을 통해 30프로 할인받아(ㅋㅋ 난 아직 청소년이다) R석을 구입한 것이다. 근데 그 한자리 남은 것이 이렇게 좋은 자리라니..

아시아 연합 오케스트라… 임시적으로 한국,일본의 여러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규합해 만든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내심 걱정을 하였다. 협주곡이나 서곡하나 없이 교향곡 2곡인데 과연 잘해낼수 있을지.. 특히 베토벤의 “전원”과 차이코프스키의 4번은 혀악 뿐만 아니라 관악기의 역할이 무척 중요한 곡이어서 염려가 되었다.

자자..이제 베토벤의 “전원”이 시작되었다. 내가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으면서 늘 생각하는 게 “베토벤 6번만큼 감동을 주기 힘든 곡이 없는 것같다”이다.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은 자극적으로 연주하여 감탄을 주고 그게 곧바로 감동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전원”은 연주를 잘한다고 바로 감동하는 건 아니다. 뭐라 할까. 기술적인 측면보단 정신적인 게 더 중요하다고 할까. 나는 감탄을 하기보단 들으면서 즐거워지는 “전원”을 중요시한다. 정확함을 기반으로 하지만, 지휘자의 여유가 묻어나는 연주말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베토벤 교향곡을 여러개 들어봤지만 최고로 치는게 칼 뵘, 브루노 발터의 연주인 것이다.

각설하고, 정명훈씨도 과연 그런 연주를 들려줄수 있을지 궁금했다. 1악장은 괜찮았다. 템포도 그렇게 빠르진 않았고 딱 적당했다. 하지만 여기서 귀에 걸리는 게 있으니.. 바로 호른이었다. 1악장에만도 실수가 3번정도 있었다. ‘허허.. 이것참. 실수가 좀 많네.’ 뭐, 양호하게 1악장이 끝나고 2악장에 들어가는데.. 아앗, 너무 빠르다!! 여유있게 노래하는 2악장을 기대한 나는 당황했다. 군데군데 앙상블이 무너지는 부분이 있었다. 약간 성급해보였지만 여기에서 유일하게 위안이 된 것은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의 환상적인 호흡이었다. 새소리를 묘사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3악장 “촌구석의 잔치” 촌구석에서 사람들이 ‘댄스,댄스~’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으로 간간히 자연의 소리도 들리는 그런 악장이다(순전히 내생각). 전의 악장에서 실수연발했던 호른은 좀 진정되고 흥겹게 연주되었다. 4악장은 특히 다이내믹함이 요구되는 악장이다. 다행히 정명훈씨와 아시아 연합오케스트라는 온 몸을 던지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첼로파트의 어떤 분이 이를 악물고 연주를 하시는게 기억에 남는다.ㅋ 5악장에선 2악장의 성급함을 벗어나 단원 전체가 안정을 되찾은 듯 싶었다. 허나 곡 마지막에 호른의 실수로 끝나는 걸 들으니.. 차이코프스키 4번이 걱정되었다. 전체적으로는 목관이 정말 아름다웠던 연주였다. 계속 하는 말이지만 저 호른좀 어떻게 해봐; 할정도로 실수가 눈에 띄는 편이었고 2악장의 템포 설정만 빼면 나머진 만족스러운 연주였다.

중간 휴식이후..차이코프스키 4번. 흠흠. “전원”에서의 호른의 활약덕분에 걱정이 많이 되었다. 역시 전원보단 곡 규모가 큰만큼 큰북, 트라이앵글과 같은 타악기가 추가 배치되고 관악주자의 수도 더 늘어났다. 1악장 시작. 운명의 주제가 제시된다. 오오.. 강력하고 날카롭다. 이제 슬슬 음악에 빠져들어갔다. 앞의 곡과는 또다른 모습으로 강력한 지휘를 선보이는 정명훈씨. 각성된 모습으로 이에 응답하는 오케스트라.

‘이 운명의 힘은 정복할 수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에 복종하여 슬퍼하고 있을 뿐입니다.’

운명의 주제 이후 스타일을 바꿔 너무나 편안하게 제2주제를 제시한다. 하지만 그속엔 절망감이 심해 체념한 듯하다. 나랑 체형이 비슷하고 안경쓴 클라리넷 연주자가 온몸을 흔들며 연주할 때 그렇게 느껴졌다(ㅋㅋ;;). 목관의 안식이 지난 이후.. 다시 운명과 맞선다. 하지만 금관이 그렇게 강력하게 밀어부치는 운명의 힘을 어찌 거부할수 있으리. 현악과 목관이 힘을 합쳐 버티지만, 다시 운명의 주제가 제시되면서 그 저항은 보기좋게 뭉게진다.

‘밝은 세계가 나를 부릅니다. 그러나 꿈이 뒤섞이어 엇갈린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정복하느냐, 정복당하느냐. 처절한 항전끝에 운명의 주제와 제 2주제가 제시되면서 절정에 이르고 결국.. 현악마저 운명의 주제를 노래하며 끝이 나버린다.

‘일에 지쳐서 밤에 홀로 앉아 책을 읽으려고 하지만 책은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고 많은 추억이 잇달아 솟아납니다. 지난 날을 생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는 없습니다.’

오보에가 어둑어둑한 선율을 노래한 이후 즐거운 추억을 회상한다. 아주 놀라운 연주였다. 유려한 현과 일심동체가 된 관악기들. 완전 몰입에 들어갔다. 오보에,파곳, 클라리넷,플룻이 선율을 주고받는 게.. 참 아름다웠다. 파곳의 선율이 단절되며 2악장은 끝이 난다.

3악장. 현의 피치카토를 직접 볼수 있다는 게 즐거운 일이 아닌가. 장난감 병정 분위기의 금관과 함께 유일하게 웃으면서 들은 악장이었다. 뭐, 나야 이렇게 웃으면서 들었지만 손가락에 피나게 피치카토를 연주한 분들에겐..;;

자, 마무리 4악장! 3악장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투티로 시작되었다. 그렇게 길었던 1악장, 거의 노동이었던 3악장을 지나고 어떻게 그런 힘을 비축해두었는지. 굉장한 파워였다. 입으로는 금관선율을 흉내를 내며 팀파니의 두드림에 머리를 약간 흔들면서 음악을 들었다.

‘행복은, 소박한 행복은 그래도 존재합니다’

어느새 슬그머니 찾아온 운명의 주제. 하지만 약동하는 기운에 운명의 주제는 녹아 없어지고 금관마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물결에 참여하며 해피엔딩으로, 웅대하게 막을 내린다.

곡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명훈 브라보!! 난 들으면서 땀이 엄청 났다. 너무 몰입했나. 정말 근래에 보기 드문 차이코프스키 4번 연주였다. 박수가 계속 되면서 커튼콜은 이어지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분도 있었다. 정명훈씨가 들어갔다 나갔다를 한 6번했나. 이제 악장을 끌고 들어가버렸다.ㅋ 하긴 앵콜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훌륭한 4번이었다. 이렇게 들으면서 땀나는 연주는 처음이었다. 전원에서의 아쉬움을 모조리 날려버리는 호연으로 마지막 투티에서의 얼굴 빨개지면서까지 연주하는 트럼펫 주자가 기억에 남았고.. 단원분들은 모두 수고 하셨지만. 오늘의 MVP는 역시 목관 연주자들인 것같다. 대단한 앙상블을 보여주었고 그들이 없었으면 오늘의 교향곡 4번엔 악의 포스만 있었을 것이다.ㅎㅎ

아아. 이맛에 음악을 듣는 것이구나. 아직도 그 느낌이 남아있다. 휴.. 기억에 오래 남을 것같다.

…오늘은 정명훈 연주회. 내일은? 백혜선 독주회다. 레퍼토리는 베토벤의 월광과 고별, 그리고 쇼팽의 연습곡 op.10이다. 기대된다. 학교 끝나고 달려가야겠구먼..

바로크 합주단 창단 40주년 기념 연주회..

2005년 11월 6일

짚 옆에 있는 성남아트 센터에 이제야 처음으로 가보았다.ㅋ

콘서트홀, 앙상블 씨어터, 오페라극장. 이런 큼지막한 건물 세개로 구성된 성남아트센터. 생각보다 규모가 무척 크더라. 같은 학번 누나가 거기서 알바를 하는 관계로 표를 할인받아 들어갔다.

각설하고.. 공연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다.

 

멘델스존 _ 현을 위한 교향곡 나단조 10번

F.Mendelssohn – Symphony for Strings in b minor No.10

윤이상 _ TAPIS pour cordes

칼 하르트만 _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 김수연)

Karl. A. Hartmann _ Violin Concerto

벤자민 브리튼 _ 프랑크 브리지 주제 변주곡 작품10

B. Britten _ Variation on a theme of Frank Bridge Op.10

 

오오.. “창단 40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에 맞지않게 매우 진지하고 자신감있는 선곡이다. 뭐뭐 기념이라면 간단하고 쉬운곡으로 하거나 아님 여러 독주자가 나와 갈라 형식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이번 연주회는 4곡중 3곡이 현대음악이다. 그것도 윤이상, 하르트만은 음반으로도 쉽게 들어볼수 없는 곡이다. 바로크 합주단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 듯하다.

첫곡은.. 멘델스존은 10대때 습작으로 현을 위한 교향곡을 13곡정도 작곡하였다. 하지만 그 곡들이 습작수준이 아닌.. 아주 센스 넘치는 곡들이다. 여기에 비교할만한 곡들이라면 롯시니가 10대에 작곡한 현악 소나타들이 아닐까 싶다. 느린 서주부이후에 빠른 부분이 나오는 전형적인 고전시대의 교향곡 형식.. 듣기 쉬운 곡이었다. 뭐 이런 곡들이라면 녹음이 많아서 유명 관현악단하고 비교는 불가피해진다. 전체적으로 산뜻한 연주였지만 미세하게 엉키는 부분은 두 군데가 있었다. 느리 서주에서 빠르게 넘어갈때 약간 호흡이 안 맞았고, 코다에서 막 달리는 부분에서 좀 엉켰다. 하지만 이건 실황 아닌가! 스튜디오 레코딩하고 비교하지 말자. 이날 전체 프로그램중 이곡의 비중을 보면 그냥 몸풀기라고 보는게 맞다.

자자.. 윤이상의 Tapis.. 현을 위한 융단이라고 하는데, 난 지금까지 한번 밖에 들어본적이 없는 곡이었다. 정신을 집중해 들었는데, 흥미로운 곡이었다. 첼로독주가 무척 자주 나오고, 비올라, 첼로,콘트라베이스가 주선율을 담당하고 있었다. 뭐 선율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하여튼 제목인 “융단”을 떠올리면서 들으니 절묘했다. 융단엔 씨줄과 날줄이 촘촘히 짜여져 있지 않은가. 고음역의 바이올린이 계속 반복음형을 내면서 콘트라베이스를 제외한 비올라, 첼로는 고음역과 저음역을 왔다갔다하고, 그러다 첼로 독주가 나와 조금씩 변화를 주는.. 진짜 씨줄, 날줄이 아닌가. 고전음악에서처럼 화음으로 끝마치는게 아니라 갑자기 중단되는 것처럼 끝나는 것도 특이했다. 뭐, 연주에 대한 평을 하자면… 딱히 비교할 음반이나 녹음이 있지는 않지만, 들으면서 제목이 연상되었다면 좋은 연주가 아니었을까.ㅋ

칼하르트만의 바이올린 협주곡. 2년전인가.. 교향악 축제에서 초연된 곡으로 알고 있는데(라디오를 통해서 들었다.) 그때는 아주 긴장하면서 몰입하며 들었는데, 이번엔.. 곡자체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략적인 형식 파악밖에 못하였다. 전체 세 부분으로 나눌수 있고, 느리고-빠르고-느림, 마지막 악장의 종결부 직전에 바이올린의 카덴짜, 종결부는 빨라지며 절정에 이른 직후 갑자기 끝난다. 쓰다보니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비슷한 면이 있긴 하다. 흠.. 1악장에 반복적인 베이스위에서 독주 바이올린이 연주되는데 그 반복적인 베이스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선율인것 같았다. 무슨 성가같기도 하고;; 이건 좀더 조사를 해봐야 할 것같다. 무척 암울한 분위기로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같은 절망이 느껴졌다. 글쓰면서 검색을 해보니 하르트만 자신은 독일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히틀러의 제3제국 체제에 반대해온 거의 ‘유일한’ 작곡가라고 한다. 그래서 쇼스타코비치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걸까. 연주에 대한 느낌을 말하라면, 독주자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같았다. 코다 직전의 카덴짜에서는 청중을 사로잡는 집중력을 발휘해야했지만(마치 쇼스타코비치 바협 1번 파사칼리아 마지막 부분의 카덴짜에서처럼) 그게 좀.. 뜨뜨미지근 했다. 바로크 합주단의 연주는 무척 정교했지만, 독주자의 적극성이 부족하여 전체 연주의 색이 바랬다.

인터미션이후..브리튼의 작품. 이 변주곡은 브리튼을 음악적으로 키워주었던 브리지의 주제를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거기에 선배 작곡가들의 영향을 나타내면서도 결국 브리튼 자신의 색깔을 입힌 곡이라 할수 있다. 사실 예습으로 전날에 몇 번은 들어보고 가야하는데 귀찮아서 오래전에 들은 기억을 믿고 연주를 들었다. ‘뭐, 주제 나오고나서 이건 첫번째 변주고..’ 이런식으로 손가락으로 세가면서 들었다. 앞부분의 심각한 부분은 지나가고 March부터 브리튼의 유머가 슬슬 발휘되는데..특히 Aria Italiana부분에서 바이올린을 제외한 현악기 주자들이 활을 슬쩍 내려놓고 아주 신나게 현을 튕기는 부분에선 웃음이 나왔다. 마치 만돌린의 트레몰로위에서 수놓는 선율처럼..ㅋㅋ

다음에 이어지는 Bourree Classique는 바로크 협주곡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악장인 김민씨의 독주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푸가에서는 놀라운 정교함을 보여주었다. 윤이상, 하르트만의 곡에선 박수소리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아무래도 곡의 난해함때문에..) 브리지 변주곡이 끝나고 나서는 청중들이 큰 박수소리로 답해주었다.

이날 연주회의 백미는 브리튼의 브리지 주제에 의한 변주곡 이었다. 날렵함과 정교함, 그리고 장중한 부분에선 확실한 음량을 내준 바로크 합주단. 변주곡인 만큼 각각의 곡의 표정을 살려 연주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바로크 합주단은 이를 이루어냈고, 국내 최고(最古,最高)의 챔버 오케스트라임을 확인할 수있는 연주회였다.

…. 글을 쓰다보니 연주 감상이 아니라 곡감상이 되버린 것같다.ㅋㅋ

토요일엔 바로크 합주단 갔다오고.. 바로 오늘!! 정명훈의 연주회가 있다. 베토벤 6번과 차이코프스키 4번인데,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