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2018년 8월 24일

이것은 <네>라는 제목의 책을 쓴 천재적인 작가가 사회가 보내는 마지막 ‘아니오’였다. 이 책은 <콘크리트>, <몰락하는 자>, <음성모방자>, <벌목> 그리고 다른 책들과 함께 놓여 있다. <네>는 내가 읽은 베른하르트의 첫 번째 책이다. 나는 어떤 책을 읽고 이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이 책을 여러 친구들에게 빌려주었다. 그들은 끝까지 읽지 못한 채 내게 책을 돌려주었다. 그만큼이나 이 책이 그들에게는 ‘우울하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책의 ‘웃긴 점’을 그들은 정말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책의 내용이 끔찍한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네’는 정말 ‘네’이지만, 죽음에 대한 ‘네’이고, 그러니까 삶에 대한 ‘아니오’이기 때문이다.

–<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씨티 체크카드

2018년 8월 15일

집 앞 마트에서 쓰레기 봉투를 사려고 카드를 내니 현금 결제를 해달라고 하더라. 가지고 있던 현금이 없어서 짜증이 났다. 그러다 씨티체크카드를 쓰면 세븐 일레븐의 롯데 ATM 수수료가 무료라는 게 생각나서 집 주변 편의점에서 돈을 뽑았다. 이제 일본에서도 출금 수수료가 부활해서 큰 사용 가치가 없어진 체크카드인데 이럴 때 쓸모있네.

물론 날씨가 이렇게 덥지 않았음 주변 주거래 은행까지 걸어갔겠지..

시가, 일출

2018년 8월 14일

일요일에 잠을 청하다 바닷가에서 일출 보면서 시가를 펴보면 어떨까 갑자기 궁금하더라. 마침 화요일이 쉬는 날이기도 하고 1박하고 올까 고민했다. 찾아보니 휴가철이라서 그런가 숙박요금이 꽤나 비쌌다. 그래서 결국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밤 열차를 타기로 했다. 무려 5시간 40분이 걸리지만 2만원 남짓한 돈으로 숙박도 해결할 수 있으니까.

오랜만에 타본 무궁화호 열차는 생각보다 꽤 지저분하고 좌석도 좁았다. 요즘엔 KTX를 많이 타고 다녀서 비교가 많이 되더라. 여튼 기차가 출발하고 준비해둔 목베개에 기대어 잠을 청하였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제천을 지나 사북-고한역 구간에서 잠이 깨버렸다. 급히 내리는 승객들을 잠결에 보면서 이 새벽에 카지노라도 땡기러 가시나 중얼거렸다.

동해역을 지나면서 기차 옆으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을 기대했지만 웬걸, 해가 뜨지 않았으니 뭐가 땅인지 바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동진역에 다다르니 기차에 타고 있던 대부분의 승객들이 내렸다. 다들 해돋이 보로 왔구나. 사실 나도 정동진에서 내릴까 생각했으나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

강릉역에 내리니 역 주변은 조용했다. 내리는 승객도 별로 없었고 심지어 역 앞에서 기다리는 택시도 없었다. 편의점에서 커피 한 캔 까면서 고민했다. 경포대? 강문해변? 제일 사람 없을 것 같은 강문으로 선택하고 택시가 오자마자 타고 갔다. 미리 알아둔 일출 시각은 5시 39분였다. 해변에 다다르니 하늘이 붉게 밝아오고 있었다.

선 채로 시가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들였다. 어둑하던 하늘은 점점 밝아지고 덩달아 더워졌다. 꼬냑도 한 모금 할까 했지만 빈 속이라 포기했다. 일출은 본 감상은 뭐랄까,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뭔가 고양되기는 커녕 더워져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은 몇 장 찍어야지.

늘상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새해의 일출에 뭔가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을 보면 의아해진다. 우리가 임의로 분절한 시간에 뜨는 해를 보면서 올해엔 꼭 뭐뭐 해야지 하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문득 허무해져서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래도 이건 비싼 시가릴로니까 더 피고 가야지.

6시반 서울 행 KTX를 예매했다. 1시간 반 동안 강릉에 있었고 해변에 있었던 시간은 고작 30분도 되지 않았다. 오고가는 경비를 대충 합해보면 5만원이더라. 그러니까 이런 허무함과 짜증이 무려 5만원 짜리인 셈이다. 그 5만원이 아까워 서울역에 도착하고 홍대까지 가는 그 순간까지 폰을 들어 이 글을 쓰고 있다.

피로와 짜증, 허기가 겹쳐 급히 DQ로 달려가 무중력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역시 맛있었고 세상은 살만하게 느껴졌다. 일출이고 뭐고 당이 이 세상을 구원할 거야.

자, 오늘은 뭐하고 놀지?

귀찮은 이사

2018년 8월 8일

어제 14킬로 가까이 걷고 홍대-합정을 5번 왕복했음에도 이사가 완료되지 않아서 분통이 터졌다. 거기다 더위까지 먹은 상태에서 퇴거 청소를 따로 돈 들여서 하기로 했으니 더 짜증이 나더라.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원룸이 사람사는 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3주 넘게 매크리스 한 장과 TV하나로 살았으니 뭔가 임시 천막 같았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살만하게 느껴졌다.

3년 전에 동생과 함께 살기 위해 상상마당 근처의 서교동 집을 내놓고 합정동 집으로 이사했다. 그 때 메르스가 터지는 바람에 서교동 집 보러 오는 사람도 없어서 3개월치 월세를 쌩으로 날렸다. 그 때 돈 깨졌던 거 생각하면 지금은 오히려 돈을 절약한 셈이지.

이러나저러나 이사는 넘나 귀찮다..

합의

2018년 7월 25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연락이 와서 집주인과 합의할 생각이 있냐고 묻더라. 합의 내용은 내가 전 집주인한테서 산 에어컨을 지금 집주인한테 싸게 넘기는 조건으로 문 변상 비용을 퉁친다는 거였다. 에어컨을 해체하고 들고 가는 것도 일이고 10만원 정도를 현물로 주고 마무리하는 거였으니 나쁘진 않았다. 그래서 나도 합의할 생각이 있고 조정이 마무리되면 합의문을 문서로 꼭 남겨달라고 하였다.

분쟁 조정위원회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잘 마무리된 것 같아 좋네. 집만 더 빨리 나가서 빨리 보증금이나 돌려받고 싶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방문 후기

2018년 7월 17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방문 후기(?)

출근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쾌적한 지하철을 타고 편하게 교대까지 갔다. 방문 예정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하여 기다릴 줄 알았지만 바로 접수를 하고 상담으로 들어갔다. 신분증과 임대차 계약서, 등기부 등본을 들고가면 접수 과정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다. 신분증과 임대차계약서는 꼭 들고가야 한단다.

조사관과 면담을 해보니 이런 일이 무척 많다고 한다. 나의 사례는 비교적 명확하여, 조사관의 사적인 견해에 따르면 집주인이 지나친 억지를 부리고 있단다. 다만 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과 ‘법률적 조언’을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구속력 있는 집행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여기서 집 주인의 실 거주 주소지를 알면 일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지만 전화 통보 과정도 진행한다고 하더라. 7일 안에 응답이 없으면 조정이 각하된다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내가 이런 절차를 밟았고 집주인은 조정을 거부했다는 증거를 남겨두었으니까 이제 다음 절차를 밟아야겠지.

교대까지 가서 큰 소득을 얻진 못했으나 이런저런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구글 검색을 통해서 분쟁조정위원회에 큰 기대를 걸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다. 이제 보증금 반환이 문제다. 집주인이 장난칠 걸 대비해서 다시 분쟁조정위원회에 문의를 해봐야겠다.

주갤.

2018년 7월 12일

주세 종량제에 묻히긴 했지만 한편 주갤에선..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alcohol&no=435784

나는 4년 전에 운좋게 홈브루잉에 관련된 거의 모든 걸 공짜로 배웠다. 사계에서 선구자들에게 레서피 강의를 듣고 시범양조를 구경하며 공방에 가입해 여러 망한 배치를 만들었다. 날 가르쳐준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예전보다 지금이 홈브루잉하기 참 좋다’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홈브루잉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훨씬 다양한 맥주들이 수입되어서 좋은 참고 자료가 되고 있고 다양한 맥주 재료들이 수입되어서 만들 수 있는 맥주의 폭이 넓어졌다.

나는 웬만하면 ‘실비만 받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공방을 운영해왔다. 몰트 포대를 여러 개 구입하고 새 발효조를 들여놓는다고 해서 돈을 더 받거나 그러진 않았다. 이미 내가 많은 것을 공짜로 얻어왔기에 공동으로 더 저렴하게 양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행하려 한다. 시범양조하거나 레서피 짜는 법을 조언한다고 돈을 따로 받지 않는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많은 게 바뀐 것 같다. 홈브루잉 클래스가 여기저기서 열리고 민간 자격증과 결부되어 높은 가격의 강좌도 많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강좌를 돈 내고 열심히 듣고 수료증 비슷한 것 받는다. 한국인에게 여태 익숙한 방식의 ‘학원식’ 강좌로 이 또한 명확한 한계가 있다. 사람들 야그 들으면 레서피 대로 만들긴 만드는데 그 레서피를 짜는 법을 잘 모르겠다고 한다.

당연하다. 레서피를 짜려면 재료의 특성을 알아야 하는데 그런 걸 학원에서 어케 가르쳐줄까? 결국엔 개인이 특정 몰트, 홉, 효모로 테스트배치를 만들어야 한다. 끝없는 삽질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한국적 학원식 강좌로는 절대 알 수가 없는 것들이다.

예전에 공유했던 글들에 나왔던 레서피 개발비 혹은 다채로운 명목의 비용들을 보고 코웃음을 친 것도 너무나 너무나 한국적인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글쓴 분이랑 안면이 없지만 그냥 같이 양조 공부를 해보자, 아님 이런저런 배치를 시도해보자고 했음 오히려 응원을 했을 것이다. 근데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 같은 풍경을 보니 혀를 찰 수 밖에 없더라.

나는 어차피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없다. 댓글에서 밥그릇 운운하는 거 보고, 대체 밥은 어디에? 잠시 생각했었네. 그저 홈브루잉과 맥주를 매개 삼아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싶을 뿐이다. 홈브루 돈받고 판다면서 까이는 중..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 예약을 하고 다음 주 화요일 아침에 가기로 했다. 피 같은 오프에 아침부터 교대까지 가야 하다니 참. 내가 합정동 집에서 3년 동안 살았던 만큼 부분 변상을 하라고 했음 고려를 했겠지. 집을 살 때부터 집 상태를 체크하지도 않던 이들이 처음부터 원상복구 전액 변상을 하라니 당황스러울 뿐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대리인, 나몰랑 하면서 대리인한테 책임을 미루는 집주인한테 스트레스를 받기 보단 적절한 절차를 밟는 게 낫겠지? 그래도 3년 동안 정든 집인데 끝이 이렇다니 아쉽다.

작년 이맘 때 운용이 때문에 경찰서도 가고 그랬는데 사회가 나를 이렇게 강하게 키우는구나. 일단 교대역까지 가야하니 주변 맛집 아시는 분 제보 부탁드립니다.

분쟁

어제 집주인의 대리인과 문자로 불필요한 실랑이를 한 끝에 내가 일단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해야겠으니 공인중개사 등록번호와 상호명 위임장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대리인이 자길 협박하는 거냐고 화를 내서 정말 황당했다.

말하는 모양새를 보니 내가 합정동 집 보증금을 빼야 딴 곳으로 이사갈 수 있는 줄 아나 보다. 그런데 난 이미 홍대 원룸에 잔금 다 치루고 입주한 상태로 그리 급하진 않다. 물론 보증금 2천이 한두 달 더 묶여 있는 게 짜증나지만 이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보증금 전액 반환 전까진 홍대 4일, 합정동 3일 이렇게 지내야겠다. 주말에 술판 벌이실 분 합정동으로 오세요~~

원상복구

2018년 7월 11일

합정동 집을 부동산(지금 주인의 대리인)이 보러 온다고 해서 그러라 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문틀이 좀 깨져 있고 문에 구멍 난 게 많다며 나보고 물어내란다. 어이 없어서 내가 대리인한테 원상태 사진 가진 거 있냐고 물어봤다. 대리인 왈, 원래 세입자가 사진 찍을 의무가 있는 거라서 기록해두지 않은 나한테 책임이 있단다. 사실 지금 집주인이 집 상태를 제대로 체크해두지 않고 집을 덥석 산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그러다 나한테 책임을 떠넘기다니 당황스러웠다.

사실 어리버리했던 예전 집 주인이 원래 사진을 남겨뒀을리가 없다. 이럼 교착상태에 빠질 것 같은데. 8월 25일이 계약 만료이긴 하지만 어케 끝날지 모르겠다.

조언을 구합니다. 사실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변상하라고 요구하진 않았지만 나중에 그럴 것 같네요.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좋을까요?

중고나라~~

2018년 7월 7일

지금 쓰는 폰 요금제가 무려 100기가 데이터를 제공해서 데이터 쉐어링으로 넷플릭스나 볼까 하여 갤럭시탭을 중고로 구입했다. 판매자가 원하는대로 성산동 구석탱이까지 직접 갔더니 정작 판매자가 약속 시간에 늦어 기분이 좀 나빴다. 그래도 물건 상태는 괜찮아서 돈 송금해주고 바로 KT대리점으로 왔더만 직권해지 단말기란다. 헐.

대리점 직원이 말하기를 별 이상 없음 직권해지가 풀리긴 하는데 오늘 토요일이라 바로 처리는 안된단다. 아, 되게 찜찜하네. 그나마 장물 아닌 게 다행인가? 판매자에게 이거 체납 이력 있냐고 문자보내니 정상해지 기기란다. 거참. 그래도 전화번호, 계좌번호, 이름은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일단 월요일까지 기다려보고 개통 안되면 환불받아야지.

오늘도 중고로운 평화나라~

죽음을 외면하는 방법

죽음을 외면하는 방법은 또 있다. 관리가 아니라 자극이다. 열심히 노동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노는 것이다. 7NC의 쉼 없는 활동, 파티, 축제, 명랑함과 노래는 아드레날린, 흥분, 자극이다. 그것은 당신에게 활기와 생기를 안긴다. 당신의 존재를 불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느끼게 만든다.8 열심히 노는 선택지는 죽음–두려움으로부터 초월할 수 있다는 약속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익사시키는 것에 가깝다. “당신은 저녁 식사 후 라운지에서 친구들과9 웃으며 쉬다가 시계를 보고 공연 시간이 다 되었다고 말합니다…. 기립 박수와 함께 커튼이 내려가고, 일행들의10 대화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다음엔 뭘 할까?’ 카지노에 가거나 디스코장에서 춤을 출까? 피아노 바에서 조용히 한잔하거나 별빛이 영롱한 갑판을 산책할까? 모든 선택지를 다 논의한 뒤 모두가 입을 모읍니다. ‘전부 다 하자!’”

-알라딘 eBook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김명남 엮고옮김) 중에서

휴가

2018년 7월 6일

대표원장님이 여름 휴가는 어케 할 거냐 질문하셔서 ‘이제 7월이고 지금 여름 휴가를 야그하면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여태 아무 말 없어서 어디 갈 계획도 못 짜고 표도 구하지 못하는데 뭔 생각이신지..’ 라는 요지로 굉장히 예의바르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이제 입사 6개월 차이고 월차 딱 한 번 썼다. 그냥 때려치우고 싶구먼.

야밤의 츠키지

2018년 6월 12일


야밤의 츠키치에서 참치.

긴자에서 츠키치까지 슬슬 걷다보니 새벽의 명동과 을지로 사이를 걷는 느낌이 나더라. 간간히 비틀거리는 취객과 빽빽한 택시 행렬 빼곤 너무 조용한 분위기였다. 오늘도 또 스시잔마이 츠키치 본점을 오긴 했지만 이 시간대에 오니 뭐랄까, 망원동 강화통통생고기 느낌이 났다. 물론 망원동에선 고기를 굽고 여기선 스시를 먹는 게 다르지. 안주를 입에다 넣고 술먹는 분위기는 비슷하네.

모리바


공항에서 기분이 상했지만 호텔이 생각보다 매우 훌륭했고 모리바 와서 마티니 한 잔 마시니 유쾌해졌다. 바에 가서 마티니를 주문할 때마다 농담처럼 “슈퍼 드라이 마티니”로 만들어달라고 한다. 혀를 벨 듯한 날카로운 드라이함이 마티니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마티니는 다르네. 여태 마시던 거랑 대척점에 있는 마티니이다. 일단 서빙 온도가 생각보다 높아서 그런지 향이 굉장히 풍부하다. 그래서 천천히 마실 수 밖에 없네.

다음에 뭘 주문하지? 스터 기반 칵테일을 주문하는 게 좋다던데 생각나는 게 맨하탄 정도 밖에 없다. 라프로익 프로젝트 같은 괴랄한 거 만들어달라고 하면 어떨까? 그냥 올드패션드를 만들어 달라고 할까? 술병들을 보니 메이커스 마크 빼곤 딱히 눈에 띄는 버번이 없네..

전화가 오지 않는다

2018년 6월 9일

나를 적극적으로 찾아야할 사람들한테서 연락이 없다.

한 명은 이번에 바뀐 집주인으로 월세를 부쳐야할 계좌번호를 알려주지도 않고 무소식이다. 전에 이사간다고 연락까지 했더만 전화도 잘 받지 않아서 결국 부동산 대리인이랑 연락이 될 정도였으니. 어차피 8월에 계약만료이니 가만히 있어볼까? 대리인한테까지 전화하기 귀찮다.

또다른 한 명은 합정동 예비군 중대장이다. 일이 바빠서 2년 정도 예비군을 가지 못해서 3월까지 참석 독촉전화에 경고장까지 보내다가 그 이후로 무소식이다. 중대장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면 드디어 국가가 나를 포기한 건가? 제발 포기좀 해줬으면 좋겠다..

아싸

2018년 6월 1일

병원 대표 원장님 두 분 중 한 분께서 오전에 나오지 않으셔서 뭔 일인지 궁금했다. 감기 기운이 심해지셨나,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어제 병원 회식이 있어서 좀 늦게 나오셨단다. 그랬군요. 저도 나름 부원장 직함을 달고 있는데 왜 모를까요? 하하.

직장에 들어와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교류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출근할 때 인사, 회진돌 때 인사, 퇴근할 때 인사 그리고 진료할 때 뭐 필요한 거 있음 말하는 정도다. 환자를 상대할 때는 달리 직장 동료들과는 하루에 열 마디도 하지 않는 것 같다.

대표 원장님이 나보고 말수가 너무 적으니 이런 저런 교류를 해보자고 하셨지만 일단 병원일도 많이 바쁘다보니 없던 일이 되었다. 무표정에다가 원체 말이 없어서 그런가, 같이 일하는 간호사들도 대체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돈 받은 만큼 내 일을 열심히 하면 되었지 직장 안에서 친목질을 할 필요는 없잖아. 어제 뭐하고 쉬셨어요? 질문에 솔직하게, 도쿄에서 술먹다 왔습니다. 어제는 전주에서 술먹었습니다. 그리고 공연 보러 갔죠. 올해 4일 정도 빼고 계속 술먹었습니다. 어제도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아주 비극적인 내용의 연극을 봤죠. 그리고 술마셨습니다. 이럴 필요는 없잖아.

이 곳에 취직해서 4개월 넘게 모든 말엔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점심식사는 사람들이 적은 시간에 5분 만에 해치우니 존재감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다. 이런 걸 아웃사이더, 아싸라고 하지. 드디어 어제 회식이 있는지도 모르고 누구도 알려주지 않을 정도의 경지라니. 정말 뿌듯하다. 더 정진해야지.

퇴직할 때까지 아싸로 살아가야지.

바이~ 앵그리버드

3개월 넘게 열심히 해오던 게임 “앵그리 버드2”를 지웠다. 처음에는 새 종류 모으고 렙업하는 재미가 있었지만 반복되는 레벨 디자인과 현질 유도에 점점 질리더라. 게임이 업데이트되면서 새로 들어온 ‘아기새’라는 시스템은 대놓고 현질 아니면 노가다를 요구하더라. 아기새의 레벨을 유지하려면 먹이로 줄 사과을 계속 모아야 하는데 하루종일 게임을 붙잡을 거 아니면 결국 현질을 해야하는 구조였다.

나는 FPS를 비롯하여 단판에 끝나는 게임을 좋아해서 이렇게 질척거리는 게임은 질색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도 RPG장르를 피하고 남들 다하는 WoW도 무시했다. 이런 나에게 고작 모바일 게임이 노가다를 요구하다니, 미련 없이 지웠다.

20대에 게임 때문에 인생을 조졌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게임을 멀리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앵그리버드2는 오래 하긴 했다.

책이나 읽어야지.

어찌해야하나.

2018년 5월 31일

여태 6, 7월 근무 일정표가 나오질 않아 아침부터 원무과에 가서 빨리 보여달라고 재촉했다. 일정표를 보니 띠용. 6월 6일에 쉴 줄 알고 도쿄행 항공권까지 끊어놨더만 6일은 내가 근무하는 날이었다. 수수료 4만원 날리고 항공권을 취소했다. 괜찮다. 빨간 날에 일하면 수당 주니까 돈이나 벌자.

오전 회진을 마치고 생각난 게 오늘이 바로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중 마지막 날이었다. 작년에 전 직장 급여 연체 때문에 대진 알바를 몇 군데 뛰었었지. 비정규직으로 4개월 정도 주말 근무 해주고 받은 급여를 따로 신고해야 했는데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하더라. 지인에게 도움을 받은 끝에 겨우 처리했다. 갑자기 전 한의원 원장 욕이 나왔다. 개새끼. 제 때 월급 줬으면 알바 안 뛰어도 되고 지금 와서 귀찮게 세금 신고할 필요도 없잖아.

오후 회진 돌고 외래 보고 세금 신고하니 벌써 퇴근시간이었다. 문자를 확인하니 월급이 들어왔다. 어차피 통장을 스쳐지나갈 돈이지만 기분이 조금 나아졌네. 크원 가서 기름진 로디드 프라이즈를 먹어줘야겠다.

그나저나 도쿄 갈 때 쓸 유심을 사놨는데 어쩌지? 6월 중으로 다른 날 항공권을 알아볼까?..

택시 중독

2018년 5월 17일

택시가 잡히지 않아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했다. 택시를 타면 집 앞에서 직장까지 15분 만에 갈 수 있으련만 오늘은 왜이리 택시가 없을까?

9호선 급행을 타고 그래 세계에서 이만한 대중 교통수단은 없지 하며 애써서 위안삼고 있었지만 마을 버스를 타니 모든 게 깨져버렸다. 급정거에 문도 닫히지 않았는데 출발하고 에어컨도 켜지 않아 왜이지 눅눅한지.

출근하면서 진이 빠져버리더라. 내일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꼭 택시타고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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