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춘 앨범 발매에 부치는 글

2016년 7월 19일

씨없는수박김대중과 김태춘을 거의 비슷한 시기부터 좋아했다. 그리고 그게 내 홍대 유람의 시작이기도 했지. 5년 가까이 지나서 보니 그 두 명의 행보가 꽤 갈린 것 같다. 씨없는수박김대중도 여기저기서 공연을 하곤 있지만 김태춘에 비해 많이 정체된 모습이라 안타깝네.

김태춘의 첫 번째 정규앨범 “가축병원블루스” 발매 기념 단독 공연에 간 게 별로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3년 된 일이다. 그 동안 미니앨범 한 개 내놓고 공연 갈 때마다 이런저런 신곡을 내놓아서 기대하게 하더니 이제 두 번째 정규 앨범이 나왔다.

나는 홍대에서 인디라 자칭하며 달달한 음악을 들려주는 그룹을 매우 혐오한다. 너무나 뻔하고 정답이 정해진 편한 노래들이니까. 그에 반해 김태춘은 답도 없고 꿈도 희망도 없는 노래를 들려준다. 저렇게 언제나 패배와 증오로 가득찬 음악을 연주하면 어떻게 버티나 싶지만 그는 꿋꿋하게 노래한다.

그의 음성은 매우 날카롭다. 공연할 때도 마찬가지다. 둥글둥글함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지옥과 저주를 자주 언급한다. 그런데 그게 나한테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터라 여러 해 동안 팬질을 해오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의 색깔은 여전한 것 같아 기쁘다. 어서 음악이나 듣자.

“저질 저질 그래 우릴 저질이라 불러줘
저질스럽게 우린 춤추고 노래할 거야~” 김태춘의 두번째 정규음반 [악마의 씨앗]이 오늘 발매되었습니다.
멜론,네이버뮤직, 지니,벅스뮤직 등 웬만한 스트리밍서비스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이런거 가입안하신 분들은 밴드캠프페이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산타는 너의 창문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

2014년 11월 18일

뭐하세요? 크리스마스에 대학로를 방황하는 동안 연락이 왔다. 연극 보려구요. 혼자요? 당연하죠, 지금 연극 반값 할인 하고 있어서 한 장 값으로 두 편을 볼 수 있어요 하하, 그나저나 뭐하세요? 집이에요. 흠, 저녁에 음악이나 들으러 갈까요? 뭔데요? 교회 다니세요? 옛날에 다녔어요. 지금은요? 지금은 안 다닙니다. 그럼, 신성 모독으로 가득 찬 노래를 들으러 갑시다, 빌어먹을 크리스마스.

상수동의 제비다방의 좁디 좁은 자리에 앉아 김태춘의 캐롤을 들었다. 그 분이 캐롤을 부르시다니 의외였다만, 역시 그만의 색채가 가득한 캐롤이었다. 노래가 끊어질 때마다 정호승 시인의 “서울의 예수” 시집 낭독이 이어지고, 여튼 내가 보낸 크리스마스 중에 가장 어둡고도 특이한 날이었다.

1년 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 때 들은 노래들이 앨범으로 나온다고 해서, 그리고 몇 번의 공연을 한다고 해서 가볼 생각이다. 11월 28일에 문래동에서, 12월 24일에 홍대에서. 하, 이브에 음악 듣고 맥주 한 잔 하러 가면 되겠네.

오늘밤 산타는 너의 유리창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 지금은 국도 위에 취한 루돌프와 함께 마주 오는 화물차에 깔려 버렸으니, 술 취한 산타는 너의 유리창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 오늘밤 예수는 너의 헛된 기도를 들어주지 않을 거야. 싸구려 가방에 성경과 CCM을 넣고 꼬인 혀를 감고 출장을 떠나 버렸으니.. – <산타는 너의 창문을 두드리지 않을 거야>, 김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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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굴드 그리고 산책

2014년 11월 10일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이라면 으레 브람스를 꼽곤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의 비교적 후기작에서 볼 수 있는, 텁텁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이 가을에 맞아서 그런 거 아닐까?

점심마다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다녀온다. 원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진 않다만, 갑자기 브람스가 듣고 싶어져 이번 산책엔 굴드의 연주로 브람스의 간주곡을 들어본다. 가을이니까.

굴드의 연주에선 앞서 말한 그 텁텁하면서도 쓸쓸함을 느끼기가 힘들다. 아주 여리고 툭 건들면 깨질 것 같은 유리 세공품을 연상케 한다. 약간은 신경질적인 우울함도 들리네.

이게 언제 녹음이었더라? 1961년, 그러니까 그가 한국 나이로 서른 줄에 들 때 이 곡을 녹음했다. 60에 가까운 브람스가 쓴 작품을 서른 살 피아니스트가 연주한다.. 어색하면서도 어울리네.

말이 안 되는 소리인 듯하나, 브람스와 굴드의 삶은 꽤 닮았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음악 활동을 했으니까. 그들의 삶을 거칠게나마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고독했지만 자유로웠다”

내가 한 말은 아니고, 브람스의 작품 중 바이올린 소나타의 제목이 저거다. “Frei aber einsam”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그래도 난 이렇게 바꿔 말한다. 근사하거든. 고독하지만 자유로웠다.

묘했다. 굴드가 지금의 나랑 같은 나이 때 연주한 브람스의 곡을 들으면서 걷다니. 시공간을 넘어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 같더라. 나의 착각이겠지만 말이야.

궁금했다. 굴드가 죽기 직전에 브람스 녹음에 매달렸다 하는데 어떤 음악이었을까? 몇몇 단절된 녹음 테이프 자료가 남아 있지만 그가 끝내 가공해서 만든 소리는 아니었을 테니 알 수가 없다.

뭐, 음악이나 듣자.. 이러며 걷다 보니 어느새 산책은 끝나가고, 굴드의 연주도 끝난다.

브람스, Intermezzo in E-flat minor, Op. 118, No. 6 – 글렌 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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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2014년 7월 20일

어제 본 바리abandoned 공연이 아직도 머리에서 맴돈다. 판소리가 이렇게 단가의 형식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넬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언제나 라이브가 낫다, 매번 하는 말이다만 어제는 정말 대단했지. 전반부는 다소 무겁고 침잠하는 분위기였다면 후반부는 “빨래”로 시작하여 아주 신명 나는 무대였다. 뭐, “빨래”를 찬찬히 뜯어 보자면 그리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얼룩덜룩 때가 묻은 이들을 따뜻하게 감싸는 노래랄까? 나름 판소리 무대를 찾아본다 자부하는 편이나 어제 무대는 진정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공연이었다.

빨래 – 바리abandoned (한승석&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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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라 부대껴 갖은 때에 절어
사느라 자욱이 온갖 냄새 절어
거리로 나서는 그대
집으로 돌아오는 그대
그대가 벗어놓은 한 겹의 허물
그대가 묻혀오는 뜬 세상 먼지
얼룩덜룩, 구질구질, 시큼시큼
꾸덕꾸덕, 때에 절고
냄새 배어 남루해도
아이야 괜찮다, 괜찮고 말고
먼지 자욱한 뜬 세상
허물 없는 목숨이 어디 있으랴

사는 일 구질구질 냄새 나고 더럽다고
울지 마라 아이야, 괜찮다.
살다 보면 얼룩덜룩 때도 묻는 것
살아있으니 이럭저럭 때도 타는 것

다닐 샤프란, 그리고 내 야그.

2014년 7월 15일

고등학교 시절, 야간자율학습을 째고 남들보다 학교를 좀 일찍 나와서 가는 곳은 항상 음반 가게 “라르고”였다. 라르고에는 작은 면적 안에 온갖 음악이 있었다. 그 구하기 어렵다던 빌 에반스의 마지막 녹음들, 마일즈 데이비스 전집, 절판된 히스토리컬 녹음 등등 음반을 구경하는 재미가 대단했다. 결국 요즘 내가 사계를 가는 것처럼 라르고를 갔다. 두 시간 정도 음반 구경하다 하나 집어 들고, 천천히 집으로 들어가 “오늘도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 라는 부모님의 칭찬을 들었지.

라르고 사장님은 나를 미친 놈이라고 불렀다. 하긴 그럴 법도 하다. 누가 교복을 입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채로 거의 매일 음반 매장을 가겠는가?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나는 무슨 음반이 들어오는지 카탈로그로 파악하고 선주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너 들었어? 예당에서 러시아 음악가들의 잊혀진 녹음을 발매한다네. 네, 그럼 주문 좀 해주세요. 웬만한 러시아 연주자들을 알았기에 뭔 녹음이 있나 카탈로그를 확인하다 한 이름에서 눈이 멈췄다. Daniil Shafran. 다닐 샤프란? 처음 보는 이름이네. 호기심이 동해 주문을 했다. 그 때 처음 접한 녹음이 바로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였다.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 중 2악장 (피아니스트: 야코프 플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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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까진 감정이 철철 흘러 넘쳐 오버하는 듯한 요요마의 연주를 최고로 쳤다만, 이건 완전히 정반대였다. 첼로 소리이긴 한데 뭔가 머뭇거리며 말을 한다 해야 하나, 그런데 듣다 보면 특유의 화법으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느낌이었다. 같은 러시아의 거장이었던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의 화려함과 개성과도 동떨어졌으나 계속 듣고 싶었다.

R. 슈만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꿈)” (피아니스트: 안톤 긴즈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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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닐 샤프란은 망명이라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평생 러시아 국적을 유지하며 살았다. 그래서인가, 다른 러시아 연주자보다 지명도도 떨어졌고 나도 늦게 접한 것이었다. 이후에 구입한 소품집은 더욱 대단했다. 자신이 직접 편곡한 소품에 정성스레 숨을 불어넣는 연주는 듣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멈추게 했다. 다닐 샤프란 만의 소리. 딱 한 트랙을 꼽으라 하면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와 앞선 라흐마니노프 소나타를 두고 고민할 것 같다.

J.S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 (1971년 라이브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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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첼로 본연의 소리를 듣는다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녹음을 고르겠다. 오케스트라나 피아노의 반주가 없더라고 뜨거워질 수 있고, 나중엔 훨훨 날아 오르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 녹음 마이크가 첼로에 다소 가까이 잡혀 거친 소리까지 기록되었다만 이런 것도 소중한 기록 아닐까 싶다. 아울러 멜로디야 레이블을 복각한 베토벤, 브람스, 프랑크, 슈베르트의 작품도 명반 명녹음으로 음악을 틀자마자 바로 샤프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덧. 최근에야 라르고 사장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이야기를 접해서. 추억과 같이 떠오르는 다닐 샤프란의 음악을 가지고 끼적여봤다..

씨 없는 수박 김대중

2014년 6월 18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무의식적으로 트는 노래들이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역시 그 사람 노래다. 길을 걷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노래들이 있다. 음, 역시 그 사람 노래다. 술 먹고 있다가 옆에서 누군가 흥얼거린다. 다 나 때문에 너무 자주 들은 노래라 옆 사람도 외웠나 보다. 그렇다, 역시 그 사람 노래다.씨 없는 수박 김대중. 이 분의 공연이 있으면 단독 공연이든 게스트로 출연하시든 시간이 허락하는 한 간다. 지역이 어디든 말이다. 서울에서 단독 공연이 있다 하면 표 두 장을 예매하여 사람들을 끌고 간다. 항상 맨 앞자리에 앉지. 공연이 끝나고 같이 간 사람들의 반응은 다 이렇다. 내가 못 볼 걸 봤어. 내가 너 덕분에 평생 보지 못할 신기한 걸 봤구나. 이해는 간다. 블루스라는 걸 접해보지 못했거나, 약간 알고 있더라도 이건 씨 없는 수박 김대중만의 블루스이기 때문이다.나는 이 분의 노래를 뽕끼 블루스라 칭한다. 블루지하면서도 위태위태하게 뽕짝으로 넘어갈 듯한 노래들이 많아서 말이다. 아는 형이 술 먹고 자기 야그를 기타 들고 부르는 노래랄까? 웃기다가 갑자기 슬퍼지고 도저히 넘길 수 없는 일들을 허허거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퉁치는 상처투성이 가사들. 아마도 나는 슬픔과 기쁨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절묘하게 줄타기하는 것에 막 끝렸나 보다.이렇게 늘어 놓고 보니 노래가 참 많을 것 같지만, 아직 1집 밖에 내놓지 않은 비교적 신인(?) 가수이시다. 보통 운전할 때, 걸을 때, 술 마실 때 홀로 앨범 전체를 되새김질하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만 추려볼까 한다. 이러나 저러나 역시 공연장 직접 가서 듣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유정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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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을 먹어도 달콤하지 않아요 / 소주를 들이부어도 취하지가 않네요 / 아마 나는 사랑에 빠진 게 분명합니다 / 아마 나는 사랑에 빠진 게 분명합니다.

수상한 이불
예전에 적어둔 글 : http://ift.tt/1l60e4y

http://ift.tt/1iKuyx1

수상한 이불을 덮어본 적 있나요 / 낯설은 베개에 얼굴을 뭍었나요 / 불 꺼진 새벽 쓸쓸한 모텔방에서

어째야 하나

http://ift.tt/1eDxKIc

우리 서로 이제 정들었는데 / 나는 널 만난지 석달이 됐고 / 너는 임신한지 4개월 짼데 / 그땐 어째야 하나 어째야 하나 / 어째야 하나 어째야 하나

햇볕정책 – 이 노래로 일베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으나 김대중은 이 분의 본명이다.. 첫 단독 쇼케이스 때 “여기 일베 유저 분 손 들어보세요, 진짜 괜찮아요” 이러셨다. 나오면 쥐어 팰려고 그러셨단다.

http://ift.tt/1iKuzkl

따뜻한 오월 햇볕처럼 / 그대라면 모든지 다 퍼주고 싶었지 / 하지만 내가 퍼준 것들을 모두 / 그대는 총알로 돌려주었네

바버렛츠 단독 콘서트

2014년 6월 15일

바버렛츠 첫 단독콘서트 – [바버렛츠 소극장#1] 2014.7.6예매 링크
옥션 : http://bit.ly/1i6G5Mh
인터파크 : http://bit.ly/1lLXF7A바버렛츠는 데뷔 초부터 봐온 그룹이라 각별하다. 작년 7월쯤 김태춘의 단독 콘서트 게스트로 나와 아름다운 화음을 들은 게 처음이었지. 그 이후 기회가 되면 공연을 찾아가곤 했다. 이태원의 맥파이 베이스먼트에서의 공연, 씨클라우드에서의 크리스마스 캐롤 공연, 클럽 오뙤르에서의 공연 등등. 이번 봄을 넘기고 나서 앨범을 내고 단독 콘서트를 연다니 그저 기쁠 뿐이다. 여러 매체에서 ‘인디 걸그룹’(?)으로 홍보되고 있는데 글쎄다, 이 정도의 노래를 들려주는 걸그룹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콘서트에선, 저번처럼 강승원 님이 깜짝 게스트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말고. 히히

바버렛츠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트랙, “Mr.sandman”

http://ift.tt/1vxXccm

페이스북 좋아요 1000개 돌파 기념으로 나온 커버 트랙, “Be My Baby”

http://ift.tt/1lLYRrB

이건 내가 좋아하는 트랙. 안신애 님 짱짱! “Mrs. lonely”

http://ift.tt/1vxXdNn

보너스로, 바버렛츠 공연에서 처음 들은 강승원님의 노래, “나는 지금”

http://ift.tt/1lLYRrC

곡 소개하실 때 “마흔 즈음에”라 해서 웃었지. 사실 강승원님은 “서른 즈음에”의 작곡가이시다.

靑春 김경호 데뷔 20주년 콘서트

2014년 5월 12일

2014.5.10
靑春 김경호 데뷔 20주년 콘서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난 가수 김경호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었을 때도 특유의 무관심 기질 덕분인가 아님 장르 편중이 심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만 그의 음악을 귀동냥한 적도 드물었다. 지난 주말 김경호의 콘서트에 가서 들은 곡들도 처음 접한 것들이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공연이었다. 락보다는 블루스를, 락보다는 재즈, 그리고 다른 것들보단 클래식을 선택해왔던 나에게 이런 세계도 있음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콘서트에서 들은 것 중에 아직까지 귀에 아른거리는 노래가 있다. 중국 가수 왕펑의 곡 “존재” 실존에 대한 고민이 뚝뚝 묻어져 나오는 가사가 김경호의 음성을 통해 나오는 것을 들으니 굉장한 아우라가 느껴지더라. 재생 목록에 그의 노래들도 추가시켜야겠어.

존재 – 왕펑
(아래 영상은 상해 콘서트 녹화한 거란다)

http://ift.tt/SSmXq7

多少人走着却困在原地 떠나려고 하지만 한 곳에 매여있고
多少人活着却如同死去 살아가고 있지만 죽은 것처럼 사네
多少人爱着却好似分离 사랑하고 있지만 이별과 다름없고
多少人笑着却满含泪滴 모두 웃고 있지만 눈물 흘리고 있네
谁知道我们该去向何处 그 누가 알까 어디로 가야하는 지
谁明白生命已变为何物 그 누가 알까 삶이 어떻게 변한 건지
是否找个借口继续苟活 핑계를 찾아서 살아가야 할까
或是展翅高飞保持愤怒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야 할까
我该如何存在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多少次荣耀却感觉屈辱 많은 영광 속에서 굴욕을 느끼고
多少次狂喜却倍受痛楚 많은 기쁨 속에서 더욱 슬퍼하네
多少次幸福却心如刀绞 많은 행복 속에서 가슴 찢어지고
多少次灿烂却失魂落魄 찬란한 삶 속에서 정신없이 사네
谁知道我们该梦归何处 그 누가 알까 꿈이 어디에 있는 지
谁明白尊严已沦为何物 그 누가 알까 존엄이 어떻게 변한 건지
是否找个理由随波逐流 이유를 찾아서 떠돌아야 할까
或是勇敢前行挣脱牢笼 혹은 용감하게 벗어나야 할까
我该如何存在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谁知道我们该去向何处 그 누가 알까 어디로 가야하는 지
谁明白生命已变为何物 그 누가 알까 삶이 어떻게 변한 건지
是否找个借口继续苟活 핑계를 찾아서 살아가야 할까
或是展翅高飞保持愤怒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야 할까
谁知道我们该梦归何处 그 누가 알까 꿈이 어디에 있는 지
谁明白尊严已沦为何物 그 누가 알까 존엄이 어떻게 변한 건지
是否找个理由随波逐流 이유를 찾아서 떠돌아야 할까
或是勇敢前行挣脱牢笼 혹은 용감하게 벗어나야 할까
我该如何存在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마도이자람밴드

2014년 4월 17일

2012년 6월인가, 내가 아마도이자람밴드를 처음 안 게 그 즈음이었지. 영양군 산골에서 근무하다 습관처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일정을 뒤적이는 중에 듣도보도 못한 이름이 나온 거라. 우스운 이름이었어. 그래도 호기심 때문에 한 시간 반정도 차를 운전해서 시간에 겨우 맞춰 공연장에 입장했지. 그래, 바로 그 때부터 팬이 된 듯싶다. 클래식, 재즈 말고는 듣지 않던 나에겐 참 새로운 음악이었고 꽤 오랫동안 활동했음에도 정규 음반 하나 없는 점 또한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웠다. 2013년에 정규 앨범 발매 이후의 콘서트,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 무대들도 거의 다 챙겨봤다. 독특한 발성임에도 또렷하게 들리는 가사들 때문인가 자꾸 찾게 되는 음악이라서. 여기에 첨언하자면 그녀가 부르는 재니스 조플린의 노래도 아주 멋지다.

이번에 발매된 <크레이지 베가본드>는 천상병 시인의 시를 가사 삼아 만든 노래가 담긴 앨범이다. 나야 그간 공연에서 자주 들었던 곡이라 친숙하다만, 깔끔한 음향으로 접하니 또 새롭게 다가오네. 작년 EBS 스페이스 공감무대의 앵콜곡이었던 “노래”도 좋고, 돌아다니다 얻어 들은 “나의 가난은”도 근사하다. 아참, 이번 앨범 발매 기념으로 4월 26일에 삼성역 부근의 KT&G 상상아트홀에서 단독공연을 한단다. 바로 전날엔 의정부에서 천상병 예술제 공연을 하고. 관심 있는 분들은 함 가보시길. 물론 난 서울 공연에 갈 거다.

나의 가난은 – 천상병 시, 이자람 노래 (제비다방 공연)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 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 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

아저씨의 연정.

2014년 3월 11일

경주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자취방에 들어오니 잠은 안 오고. 이과두주 한 병 따르며 음악을 듣는다. 지난 주 “손열음 & 아르예 바르디 리사이틀”에서 들었던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E-flat 장조를 튼다. 아르예 바르디가 연주하기 전에 E-flat 장조 소나타의 느린 악장은 하이든의 연애편지와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라? 처음 듣는데? 하이든이 일했던 궁정에서의 주치의의 부인, 마리안느 폰 겐칭어에게 바치는 곡이란다. 워낙 보고 듣는 눈이 많아 편지나 말로 고백을 하진 못하고, 느린 악장에 메시지가 숨어 있을 거란 말만 편지에 썼단다. 음. 60대 남자의 로맨스라. 예전에 들으면서도 좀 달달하다고 느꼈다만 그런 사연이 있었을 줄이야.요제프 하이든 Piano Sonata no. 59 in E flat, Hob. XVI:49 중 아다지오 칸타빌레.
알프레드 브렌델

http://ift.tt/1ndcORB

술 한 잔 더 따르고 늙으막의 레오슈 야나첵이 작곡한 현악사중주 2번 “비밀편지”을 재생한다. 3악장에서 첼로와 비올라의 반복적인 리듬 위에 정열적으로 노래하는 바이올린 선율이 아름답다. 38세 연하의 카밀라라는 여인을 표현한 거라는데. 둘 사이에 무려 700통 넘게 편지를 나눴고 그걸 기반으로 이 작품이 나왔지. 하이든보단 훨씬 직접적이라 더 마음에 든다.

레오슈 야나첵 현악사중주 2번 “비밀편지” 중 3악장

http://ift.tt/OdRxHw

어쩌다 보니 선곡 주제가 ‘아저씨의 연정’이 되었구나. 하하.

덧. 사진은 연주회 가서 받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사인. 통영에서 또 뵈요! 이렇게 인사하니 놀라더라. 뭔가 극렬팬이 된 듯한 느낌이야.

김광석, 가을, 비

2013년 10월 15일

작년, 가을비 내리는 환자 없는 산골 보건지소. 휴게실에 들어갔다가. 형, 어두운 데에서 뭐하세요. 불 키지 마라. 네? 이 날씨엔 어두운 곳에서 이 노래를 들어야 한데이. 폰에선 음악이 나온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http://youtu.be/QWOoWdvl2Dg

무슨 노래에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죽이지? 아름답긴 한데 굳이 이 컴컴한 분위기에 듣는 건 좀 그렇네요. 딴 것도 들어보자. 아, 아뇨.. 들어봐. 자살 충동 난데이. 이것도 불 끄고 들어야지. 뭔데요? 사랑했지만.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자욱하게 내려 앉은 먼지 사이로 /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버려 /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http://youtu.be/xhmKg2eFSlw

비만 오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을 흥얼거리는 것도, 작년에 가을을 끔찍하게 탔던 것도 다 1년 동안 동거한 어둠의 의과 형 때문이야. 라고 탓할 수만 없는 게 김광석 노래가 너무 좋잖아. 덕분에 김광석의 웬만한 노래들을 듣고 그가 태어난 대구 방천 시장의 김광석 거리도 다녀왔다.

비가 내리면 음… 나를 둘러싸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 비가 내리면 음…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 /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 음…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http://youtu.be/qR5oYg8Io5o

비 온다고 그의 앨범을 들으며 감상에 젖어 있다가 시골에서 남자 두 명이 노래 틀어놓고 방바닥을 긁어대던 기억이 재생되어 피식한다. 음. 또 대구 가서 방천시장 골목을 거닐며 김광석 노래를 듣고 싶네.

수상한 이불

2013년 8월 11일

홀로 이곳 저곳을 휙휙 다니곤 한다. 맥주 한 캔 까며 거리를 걷고 배 위에서 일출을 보고 아무도 다니지 않는 저수지 주변을 돌고. 아는 이들이 혼자 다니면 외롭지 않냐고 묻는다만. 물론 외롭기야 하다. 그래도 돌아 다닐 땐 언제나 뭔가에 몰입한 상태이기에 덜 하지. 치명타는 밤에 찾아온다. 아무런 모텔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하나 온갖 상념이 날 괴롭힌다. 그런 걸 피하려고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당일치기로 갔다 온 적이 많았지.

1년 전이었을 거다. 오지에 근무하느라 일요일 밤마다 험한 길을 운전해야 했다. 그 날은 깜깜한 길 위에서 차가 고장나 버렸다. 어찌저찌 차를 밀고 밀어서 길가에 대놓고 잘 곳을 찾아 헤맸다. 인가도 드문 그 곳에 웬 모텔 하나가 있더라. 이거라도 다행이지. 그런데 그 모텔은 꽤나 지저분했다. 찐득찐득한 이불, 축축한 베게, 수압이 낮아 물이 질질 새는 샤워기. 정말이지 긴긴 밤이었다. 내일 출근은 어케 하나, 차를 고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누구의 체액 위에 누워있는가.

어제 김대중 님의 “수상한 이불”을 들으면서 그 궁상스럽고 쓸쓸한 감정이 재생되더라. 아이고 이거 내 이야기 같은데. 수상한 이불을 덮어본 적 있나요? 낯설은 베개에 얼굴을 묻었나요? 불 꺼진 새벽 쓸쓸한 모텔방에서 서러운 눈물에 잠을 깬 적 있나요? 있습니다..

http://youtu.be/qvgAtvwTwRQ

레퀴엠.

2013년 6월 19일

화요일에 영화 보러 부산에 갔다가 어떤 포스터에 끌렸다. <베르디 레퀴엠 연주회> 목적지를 바로 부산문화회관으로 바꿨다. 이 칙칙한 날에 왜 레퀴엠을 듣고 싶었는지. 가사만 놓고 읊으면 분노와 후회, 절대자에 대한 공포, 뒤늦은 반성 등 마음 심란케 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Dies irae, dies illa, solvet saeclum in favilla> 진노와 심판의 날 하늘과 땅이 모두 재가 되리라. 더욱이 베르디의 화려한 작법으로 온갖 감정이 증폭된다. 아이쿠 비까지 쏟아지네. 하지만 나는 무신론자다. 내세를 믿지 않지. 뭐랄까, 최후를 맞기 직전의 사람들의 집단 심리극 혹은 음악극을 보는 느낌으로 레퀴엠을 듣는다. 그럼에도 침잠되는 건 피할 수 없다. 곡이 끝나고 마지막 음이 사라지기 전에 박수가 터져 나온다. 졸지 않았음을, 이 곡의 끝을 알고 있음을 자랑스러워 하는 ‘안다’ 박수. 이 열광에 도저히 동참할 수 없어 소음을 뒤로 하고 지하철역으로 빠르게 걸어 간다. 어두운 잔상을 떨치고 싶어. <Libera me> 나를 자유롭게 하소서. 매 화요일마다 하는 것처럼 동백역에서 내려 해운대로 걸어 간다. 폭우가 한바탕 헤집고 지나간 바닷가의 신선한 내음이 다가온다. 바다가 보인다. 사람이 레퀴엠을 부르든 블루스를 부르든 여기엔 파도가 치겠지. 바다에 바람에 갈매기에 위안을 받는다. 다행이야. 이런 걸 느낄 수 있다니. 밤기차 타기 전에 맥주 한잔 하자. 같이 할 벗이 있음 더 좋겠지만. 뭐 어때. 화요일 저녁에 부산에서 음악듣고 바다 보면서 맥주 마시잖아. 인정해. 넌 행복한 거야. 음. 레퀴엠 듣고 삶에 대한 찬양이라니. 마지못한 태도로 인정한다. 그래. 이게 행복이라면 행복이겠지.

Blue Alert

2013년 3월 13일

 

http://tvpot.daum.net/v/vcebcsLwQklkkkXdhwsQ998

There’s perfume burning in the air
Bits of beauty everywhere
Shrapnel flying, soldier hit the dirt

Visions of her drawing near
Arise, abide, and disappear
You try to slow it down
It doesn’t work

요즘 자주 듣는 재즈보컬, 마들렌 페이루. 처음엔 빌리 할리데이를 떠올렸으나 그보단 더 포근한 음성을 들려주는 것같다. 아무래도 살아온 환경이 차이나서 그렇겠지? 재즈를 음반으로만 접하는 입장이다만 이런 보컬의 연주를 한 번 쯤은 라이브로 듣고 싶은 욕심이 난다.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

2013년 3월 11일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
There’s a rainbow before me
Skies above can’t be stormy
Since that moment of bliss, that thrilling kiss

It’s heaven when you find romance on your menu
What a difference a day made
And the difference is you

월요일 아침 같은 기분으로 책을 읽다가 글에서 언급하던 트랙이라 듣게 되었는데. 환자 없을 때 진료실에 틀고 방문진료 나갈 때 틀고 산책하러 나갈 때 틀고. 아, 참 좋네. 경쾌한 템포, 사라 본의 목소리, 깔끔한 반주까지. 하루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근데 그런 하루가 오긴 올까?

http://www.youtube.com/watch?v=3JhgEjA6DgU

사천가

2013년 2월 25일

“바르게 살자” 길에서 마주치곤 하는, 큰 돌에 새겨진 말이다. 거기에 사람 이름도 몇 개 쓰여 있다. 지역유지 분들이 자랑스런 얼굴로 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이 아른거려 볼 때 마다 피식거린다. 그 분 들은 바르게 사시나? 뭐, 그렇다면 ‘바르게’ 산다는 건 뭐지? 사전을 찾아보니 규범에 어긋나지 않게 사는 것이란다.

이자람의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를 보면서 그 돌이 떠올랐다. 사천가의 주인공 순덕은 착하긴 해도 바르지 않은 삶(1)을 살고 있었다. 너무 순해 어찌저찌 생긴 돈마저 아는 이들에게 뜯기고 사기꾼한테 반해 인생이 더 꼬이며 건물 주인에게 어서 가게 빼라고 압박을 받는다. 어이쿠야, 게다가 아이까지 생겼네. 혹자는 순덕이 참 멍청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착함이 곧 바름 혹은 도덕이 아닌 세상이니까.

순덕은 위기마다 사촌을 등장시킨다. 이 사촌은 순덕이 남장한 것으로 곧 그녀의 분열된 자아이다. 사촌은 뭔가 다르다. 자신의 이득을 끝끝내 지키며 심지어 사람들을 저임금으로 부려먹으면서 부자가 된다. 잊지 마라, 사촌은 그 착하다던 순덕이니까. 남을 등치는 철저한 사냥꾼(2)이 된 사촌(순덕)은 이제 남부럽지 않게 ‘바르게’ 살 수 있게 되었다.

바르다. 규범에 어긋나지 않게 사는 것. 그럼 이 극에서의 규범은 뭐지? 무한경쟁시대에서 어떻게든 타인을 누르고 성공하는 것이다. ‘성공해야 한다’라는 규칙 말고 다른 규칙은 없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 가치의 혼돈에 빠진 채 끝나버린다. 이걸 본 관객은 판단해야만 한다. 착하게 살아야 하나 아니면 바르게 살아야 하는가?

공연을 보기 전에 걱정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사천의 선인)을 판소리로 재현한다는 게 새로운 시도였고, 한다 치더라도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으니. 허나 기우였지. 타악기와 베이스의 리듬에 맞춰 이자람이 동시에 연기해내는 인물들은 나에게 생생하게 다가왔다. 수궁가, 적벽가 같은 고전을 벗어나 창작 판소리를 듣고 전율을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통쾌하다가 슬프고. 처음부터 결말까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자람의 노래는 정말 대단하더라. 그냥 이렇게 외치고 싶다. 이건 꼭 봐야 한다!

이자람 판소리 브레히트 ‘사천가’ 성남아트센터 앙상블 씨어터 (2013.2.23~24)

(1) 보이체크, 게오르크 뷔히너. 원래는 “너는 착하지만 도덕적이지 못해.”
(2) 모두스 비벤디, 지그문트 바우만

덧. 4월에 과천에서 ‘사천가’ 공연이 있다는데 아는 이를 꼭 데리고 가고 싶다.

통영, 마틴 그루빙거

2013년 1월 21일

여행 계획을 짜다 작년 통영국제음악제 생각이 나서. 음악, 바다, 술, 음식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여행이었지. 그것뿐 아니라 토마스 그루빙거의 신들린 타악기 연주 덕분에 잔상이 오래 가는 지도 모르겠다. 그루빙거가 K.아베의 ‘오케스트라와 마림바를 위한 프리즘 광시곡’을 기막히게 연주해낸 다음 갑자기 드럼을 가지고 나오더라. 서툰 영어로. 통영의 바다에 반했다. 정말이지 기분 최고다! 이러면서 앵콜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손에 모터라도 달렸나. 그의 드럼 스틱은 128분 음표까지 표현해내는 듯 했다. 원래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큰 박수 갈채가 나왔고 내가 방금 전 본 게 진짜였나 싶을 정도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유투브를 뒤적거리다 비슷한 동영상 하나를 찾아냈으니 함 보시길.

http://youtu.be/Sw1g9qlnOKA

Minor Swing

2012년 12월 4일

중2때부터 클래식, 재즈 음반을 모았으니 햇수를 세보면 꽤 오래된 취미가 되었다. 특이하게도 나는 히스토리컬 레코딩, 그러니까 옛날 녹음에 열광하였다. 30,40년대 78회전 SP레코드에 기록된 음악에 왜이리 끌렸는지 모르겠다만. 프리츠 크라이슬러, 요셉 시게티, 야샤 하이페츠 등등 옛 바이올리니스트를 죽 듣다가 장르를 넘어 스테판 그라펠리의 음반에 연이 닿았다. 단지 오래된 바이올린 녹음으로만 알고 산 것인데 처음 듣고 나선 얼마나 놀라웠는지. 그게 바로 재즈와의 만남이기도 했다.

스테판 그라펠리 곁에는 언제나 장고 라인하르트의 기타가 있었고 이 분의 연주도 범상치 않은 터라 또 빠져들었다. 이 두 거장이 함께 한 트랙들은 모두 음악사의 귀중한 순간들이지만 그래도 딱 하나 고르라면 장고 라인하르트의 대표곡인 “Minor Swing”을 틀고 싶다. 이후 수많은 편곡을 들어도 맘에 드는 게 없을 정도로 열정적이고 애잔하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살아있다.

포항에서 바다 끼고 7번 국도 따라 운전하면서 귀에 걸린 트랙이기도 하고. 내가 왜, 언제 이 곡을 들었는지 회상하다 중학교까지 거슬러 올라갔구나.

http://youtu.be/0jJBgAN7qNA

data.matrix [nº1-10]

2012년 10월 22일

나에겐 음악을 들을 때 분석하며 듣는 습관이 있다. 지나치는 곡도 무슨 이름인지 알아야 하고 무슨 악기를 쓰는지 가사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등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편집증에 가까운 버릇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료지 이케다의 “data.matrix [nº1-10]”를 보고 들으면서 순식간에 무장해제되었다. 치직거리는 화이트 노이즈 위에 무작위로 나오는 사인파들의 조합과 영화 매트릭스에서 볼법한 픽셀 덩어리들. 뭔가 반복되었다는 걸 알아차리기도 전에 소리의 패턴은 바뀌어서 분석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스쳐 지나가는 시각화된 데이터의 양에 압도된다. 그런데도 정제된 소음 덩어리 속에서 점점 편안해진다. 음악 이전의 음이 바로 이런 걸까? 다른 음악을 들을 때 오, 감동이야! 할만한 요소가 이 설치 작품에는 전무하지만 그 자리에서 매료되었다.

갈 시간이다. 10개의 모니터 앞에서 계속 서성거리다 미술관을 나와 인사동으로 걷는다. 엄청난 소리가 나를 덮친다. 쌍용차 노동자를 살려내라! 종북좌파를 척결하라! 서울패션위크! 하나님을 믿으세요! 중국은 파륜궁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백혈병 환자를 도와주세요!

잠시 무균질의 소리를 듣다 나왔을 뿐인데 세상의 폭음에 어질어질해진다. 아, 내가 “data.matrix [nº1-10]”를 접하며 그토록 편안해 했던 것은 그 소리 안에 인지할 수 있는 메시지가 없었기 때문이구나. 미술관에서 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음은 기묘하게 아름다웠다. 그것은 감정이 씻겨진 아름다움이었고 격렬함이 거세된 아름다움이었다.

data.matrix [nº1-10]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서울시립미술관 3층. 2012년 11월 4일까지 전시됩니다~ 이걸 라이브로 연주한 버전도 있군요..;; 느낌은 다르지만 강추! http://youtu.be/k3J4d4RbeWc CD발매버전 http://youtu.be/F5hhFMSAuf4

Play Dead

2012년 8월 22일

추천을 받아 Bjork의 음반을 듣고 있는데 “Play Dead” 의 가사가 자꾸 귀에 걸린다.

darling stop confusing me // with your wishful thinking // hopeful embraces // don’t you understand? // i have to go through this // i belong to here where // no-one cares and no-one loves // no light no air to live in // a place called hate // the city of fear // i play dead // it stops the hurting // i play dead // and hurting stops

죽은 척하기. here where no-one cares and no-one loves no light no air to live in.. 삶의 알짜배기 핵이 남아 있지 않은 순간을 말하는 거 아닌가? 쇼펜하우어는 꽤나 끔찍한 비유로 이 상태를 표현한다. <인간의 삶은 살아 있는 배우들의 연기로 시작되어 같은 복장을 한 자동인형들의 연기로 끝나는 연극 공연과 흡사하다> 슬라보예 지젝이 즐겨 쓰는 SF용어, “언데드<죽진 않는 존재>”인가? Play dead를 여러 번 외치지만 노래의 주인공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죽을 수 있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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