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

2018년 8월 25일


5개월만에 주문한 종이책 “문맹”.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쓴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에세이집이다.

작가들의 개인적 배경을 근거 삼아 소설을 이야기하는 걸 피하는 편이다. 그래도 망명 작가의 언어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전자책만 산다는 방침을 바꿔서 전자책으로 절대 나오지 않는 종이책도 같이 사서 읽어야겠다. 말랑말랑한 여행 에세이나 장르 소설을 결코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전자책으로 나오는 신간들이 무척 한정되어 있다. 책에 대한 갈증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일주일에 한두 권 사되, 다 읽으면 다음 책을 사고 읽은 책을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아야지. 색다르고 빡센(?) 책은 읽고 싶지만 짐이 쌓이는 것도 골치 아프니까. 물론 전자책도 계속 읽을 예정이다.

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2018년 8월 24일

이것은 <네>라는 제목의 책을 쓴 천재적인 작가가 사회가 보내는 마지막 ‘아니오’였다. 이 책은 <콘크리트>, <몰락하는 자>, <음성모방자>, <벌목> 그리고 다른 책들과 함께 놓여 있다. <네>는 내가 읽은 베른하르트의 첫 번째 책이다. 나는 어떤 책을 읽고 이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이 책을 여러 친구들에게 빌려주었다. 그들은 끝까지 읽지 못한 채 내게 책을 돌려주었다. 그만큼이나 이 책이 그들에게는 ‘우울하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책의 ‘웃긴 점’을 그들은 정말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책의 내용이 끔찍한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네’는 정말 ‘네’이지만, 죽음에 대한 ‘네’이고, 그러니까 삶에 대한 ‘아니오’이기 때문이다.

–<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늙음

2018년 8월 16일

자리가 난 곳은 공교롭게도 내 모교인 무아상 중고등학교였어. 나는 조금 망설였어. 아주 나쁜 추억이 있는 곳이라 그럴 만도 했지. 하지만 세 시간쯤 요모조모 따져보고 나니까,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늙는다는 게 바로 그런 걸 거야. 감정의 반응은 무뎌지고 원한도 기쁨도 별로 간직하지 않게 돼. 그 대신 몸 여기저기에 이상은 없는지, 기관들의 균형이 무너져 있지는 않은지에 주로 관심을 갖게 되지.

-알라딘 eBook <소립자> (미셸 우엘벡 지음, 이세욱 옮김) 중에서

씨티 체크카드

2018년 8월 15일

집 앞 마트에서 쓰레기 봉투를 사려고 카드를 내니 현금 결제를 해달라고 하더라. 가지고 있던 현금이 없어서 짜증이 났다. 그러다 씨티체크카드를 쓰면 세븐 일레븐의 롯데 ATM 수수료가 무료라는 게 생각나서 집 주변 편의점에서 돈을 뽑았다. 이제 일본에서도 출금 수수료가 부활해서 큰 사용 가치가 없어진 체크카드인데 이럴 때 쓸모있네.

물론 날씨가 이렇게 덥지 않았음 주변 주거래 은행까지 걸어갔겠지..

시가, 일출

2018년 8월 14일

일요일에 잠을 청하다 바닷가에서 일출 보면서 시가를 펴보면 어떨까 갑자기 궁금하더라. 마침 화요일이 쉬는 날이기도 하고 1박하고 올까 고민했다. 찾아보니 휴가철이라서 그런가 숙박요금이 꽤나 비쌌다. 그래서 결국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밤 열차를 타기로 했다. 무려 5시간 40분이 걸리지만 2만원 남짓한 돈으로 숙박도 해결할 수 있으니까.

오랜만에 타본 무궁화호 열차는 생각보다 꽤 지저분하고 좌석도 좁았다. 요즘엔 KTX를 많이 타고 다녀서 비교가 많이 되더라. 여튼 기차가 출발하고 준비해둔 목베개에 기대어 잠을 청하였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제천을 지나 사북-고한역 구간에서 잠이 깨버렸다. 급히 내리는 승객들을 잠결에 보면서 이 새벽에 카지노라도 땡기러 가시나 중얼거렸다.

동해역을 지나면서 기차 옆으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을 기대했지만 웬걸, 해가 뜨지 않았으니 뭐가 땅인지 바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동진역에 다다르니 기차에 타고 있던 대부분의 승객들이 내렸다. 다들 해돋이 보로 왔구나. 사실 나도 정동진에서 내릴까 생각했으나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아 포기했다.

강릉역에 내리니 역 주변은 조용했다. 내리는 승객도 별로 없었고 심지어 역 앞에서 기다리는 택시도 없었다. 편의점에서 커피 한 캔 까면서 고민했다. 경포대? 강문해변? 제일 사람 없을 것 같은 강문으로 선택하고 택시가 오자마자 타고 갔다. 미리 알아둔 일출 시각은 5시 39분였다. 해변에 다다르니 하늘이 붉게 밝아오고 있었다.

선 채로 시가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아들였다. 어둑하던 하늘은 점점 밝아지고 덩달아 더워졌다. 꼬냑도 한 모금 할까 했지만 빈 속이라 포기했다. 일출은 본 감상은 뭐랄까,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뭔가 고양되기는 커녕 더워져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은 몇 장 찍어야지.

늘상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새해의 일출에 뭔가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을 보면 의아해진다. 우리가 임의로 분절한 시간에 뜨는 해를 보면서 올해엔 꼭 뭐뭐 해야지 하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문득 허무해져서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래도 이건 비싼 시가릴로니까 더 피고 가야지.

6시반 서울 행 KTX를 예매했다. 1시간 반 동안 강릉에 있었고 해변에 있었던 시간은 고작 30분도 되지 않았다. 오고가는 경비를 대충 합해보면 5만원이더라. 그러니까 이런 허무함과 짜증이 무려 5만원 짜리인 셈이다. 그 5만원이 아까워 서울역에 도착하고 홍대까지 가는 그 순간까지 폰을 들어 이 글을 쓰고 있다.

피로와 짜증, 허기가 겹쳐 급히 DQ로 달려가 무중력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역시 맛있었고 세상은 살만하게 느껴졌다. 일출이고 뭐고 당이 이 세상을 구원할 거야.

자, 오늘은 뭐하고 놀지?

귀찮은 이사

2018년 8월 8일

어제 14킬로 가까이 걷고 홍대-합정을 5번 왕복했음에도 이사가 완료되지 않아서 분통이 터졌다. 거기다 더위까지 먹은 상태에서 퇴거 청소를 따로 돈 들여서 하기로 했으니 더 짜증이 나더라.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원룸이 사람사는 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3주 넘게 매크리스 한 장과 TV하나로 살았으니 뭔가 임시 천막 같았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살만하게 느껴졌다.

3년 전에 동생과 함께 살기 위해 상상마당 근처의 서교동 집을 내놓고 합정동 집으로 이사했다. 그 때 메르스가 터지는 바람에 서교동 집 보러 오는 사람도 없어서 3개월치 월세를 쌩으로 날렸다. 그 때 돈 깨졌던 거 생각하면 지금은 오히려 돈을 절약한 셈이지.

이러나저러나 이사는 넘나 귀찮다..

분열하는 제국

2018년 7월 29일

미국 헌법은 결국 서로 경쟁관계인 국민 사이에서 벌어진 골치 아픈 타협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타이드워터의 젠트리와 디프사우스로부터 평범한 시민의 직접 투표가 아니라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되는 강력한 대통령제를 물려받았다. 뉴네덜란드는 양심과 표현, 종교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권리 장전을 물려주었다. 오늘날 미국이 영국식 의회 모델을 따라 강력한 단일 국가를 형성하지 않은 것은 남부의 폭정과 양키의 간섭에 대항할 수 있도록 각 주의 주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한 미들랜드 때문이다. 양키는 인구 비례대로 의석을 배정하기 원했던 타이드워터와 디프사우스를 상대로 싸워 이겨서 작은 주들도 상원에서 동등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알라딘 eBook <분열하는 제국> (콜린 우다드 지음, 정유진 옮김) 중에서

카프카의 농담

2018년 7월 27일

그러니 학생들이 카프카의 농담에서 진정한 핵심을 음미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 핵심이란 이것입니다. 인간이 자아를 구축하고자 지독하게 분투한 결과는 그 지독한 분투로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간성을 지닌 자아라는 것. 우리가 집을 향하여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여정을 밟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사실은 우리의 집이라는 것. 이런 것을 말로 풀어서 칠판에 적기는 어렵습니다. 정말입니다. 차라리 학생들에게 너희가 카프카를 ‘이해하지get’ 못하는 것은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고 말해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차라리 학생들에게 카프카의 모든 이야기를 일종의 문으로 상상해보라고 요구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 문에 다가가서 두드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우리는 점점 더 세게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데, 그냥 들어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꼭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정확히 그 절박함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그 문으로 꼭 들어가야 한다는 필사적인 절박함을 느끼고 있고 그래서 문을 두드리고 들이받고 찬다고. 그러다 이윽고 문이 열리는데… 문이 바깥쪽으로 열린다고. 그러니까 우리는 내내 그토록 들어가고 싶었던 곳에 그동안 내내 들어 있었던 거라고. 다스 이스트 코미시.(‘이것이 웃긴 것이다’라는 뜻의 독일어―옮긴이)

-알라딘 eBook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김명남 엮고옮김) 중에서

합의

2018년 7월 25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연락이 와서 집주인과 합의할 생각이 있냐고 묻더라. 합의 내용은 내가 전 집주인한테서 산 에어컨을 지금 집주인한테 싸게 넘기는 조건으로 문 변상 비용을 퉁친다는 거였다. 에어컨을 해체하고 들고 가는 것도 일이고 10만원 정도를 현물로 주고 마무리하는 거였으니 나쁘진 않았다. 그래서 나도 합의할 생각이 있고 조정이 마무리되면 합의문을 문서로 꼭 남겨달라고 하였다.

분쟁 조정위원회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잘 마무리된 것 같아 좋네. 집만 더 빨리 나가서 빨리 보증금이나 돌려받고 싶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방문 후기

2018년 7월 17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방문 후기(?)

출근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쾌적한 지하철을 타고 편하게 교대까지 갔다. 방문 예정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하여 기다릴 줄 알았지만 바로 접수를 하고 상담으로 들어갔다. 신분증과 임대차 계약서, 등기부 등본을 들고가면 접수 과정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다. 신분증과 임대차계약서는 꼭 들고가야 한단다.

조사관과 면담을 해보니 이런 일이 무척 많다고 한다. 나의 사례는 비교적 명확하여, 조사관의 사적인 견해에 따르면 집주인이 지나친 억지를 부리고 있단다. 다만 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과 ‘법률적 조언’을 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구속력 있는 집행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여기서 집 주인의 실 거주 주소지를 알면 일을 더 빨리 진행할 수 있지만 전화 통보 과정도 진행한다고 하더라. 7일 안에 응답이 없으면 조정이 각하된다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내가 이런 절차를 밟았고 집주인은 조정을 거부했다는 증거를 남겨두었으니까 이제 다음 절차를 밟아야겠지.

교대까지 가서 큰 소득을 얻진 못했으나 이런저런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구글 검색을 통해서 분쟁조정위원회에 큰 기대를 걸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다. 이제 보증금 반환이 문제다. 집주인이 장난칠 걸 대비해서 다시 분쟁조정위원회에 문의를 해봐야겠다.

주갤.

2018년 7월 12일

주세 종량제에 묻히긴 했지만 한편 주갤에선..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alcohol&no=435784

나는 4년 전에 운좋게 홈브루잉에 관련된 거의 모든 걸 공짜로 배웠다. 사계에서 선구자들에게 레서피 강의를 듣고 시범양조를 구경하며 공방에 가입해 여러 망한 배치를 만들었다. 날 가르쳐준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예전보다 지금이 홈브루잉하기 참 좋다’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홈브루잉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훨씬 다양한 맥주들이 수입되어서 좋은 참고 자료가 되고 있고 다양한 맥주 재료들이 수입되어서 만들 수 있는 맥주의 폭이 넓어졌다.

나는 웬만하면 ‘실비만 받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공방을 운영해왔다. 몰트 포대를 여러 개 구입하고 새 발효조를 들여놓는다고 해서 돈을 더 받거나 그러진 않았다. 이미 내가 많은 것을 공짜로 얻어왔기에 공동으로 더 저렴하게 양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행하려 한다. 시범양조하거나 레서피 짜는 법을 조언한다고 돈을 따로 받지 않는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많은 게 바뀐 것 같다. 홈브루잉 클래스가 여기저기서 열리고 민간 자격증과 결부되어 높은 가격의 강좌도 많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강좌를 돈 내고 열심히 듣고 수료증 비슷한 것 받는다. 한국인에게 여태 익숙한 방식의 ‘학원식’ 강좌로 이 또한 명확한 한계가 있다. 사람들 야그 들으면 레서피 대로 만들긴 만드는데 그 레서피를 짜는 법을 잘 모르겠다고 한다.

당연하다. 레서피를 짜려면 재료의 특성을 알아야 하는데 그런 걸 학원에서 어케 가르쳐줄까? 결국엔 개인이 특정 몰트, 홉, 효모로 테스트배치를 만들어야 한다. 끝없는 삽질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한국적 학원식 강좌로는 절대 알 수가 없는 것들이다.

예전에 공유했던 글들에 나왔던 레서피 개발비 혹은 다채로운 명목의 비용들을 보고 코웃음을 친 것도 너무나 너무나 한국적인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글쓴 분이랑 안면이 없지만 그냥 같이 양조 공부를 해보자, 아님 이런저런 배치를 시도해보자고 했음 오히려 응원을 했을 것이다. 근데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 같은 풍경을 보니 혀를 찰 수 밖에 없더라.

나는 어차피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이 없다. 댓글에서 밥그릇 운운하는 거 보고, 대체 밥은 어디에? 잠시 생각했었네. 그저 홈브루잉과 맥주를 매개 삼아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싶을 뿐이다. 홈브루 돈받고 판다면서 까이는 중..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 예약을 하고 다음 주 화요일 아침에 가기로 했다. 피 같은 오프에 아침부터 교대까지 가야 하다니 참. 내가 합정동 집에서 3년 동안 살았던 만큼 부분 변상을 하라고 했음 고려를 했겠지. 집을 살 때부터 집 상태를 체크하지도 않던 이들이 처음부터 원상복구 전액 변상을 하라니 당황스러울 뿐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대리인, 나몰랑 하면서 대리인한테 책임을 미루는 집주인한테 스트레스를 받기 보단 적절한 절차를 밟는 게 낫겠지? 그래도 3년 동안 정든 집인데 끝이 이렇다니 아쉽다.

작년 이맘 때 운용이 때문에 경찰서도 가고 그랬는데 사회가 나를 이렇게 강하게 키우는구나. 일단 교대역까지 가야하니 주변 맛집 아시는 분 제보 부탁드립니다.

분쟁

어제 집주인의 대리인과 문자로 불필요한 실랑이를 한 끝에 내가 일단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해야겠으니 공인중개사 등록번호와 상호명 위임장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대리인이 자길 협박하는 거냐고 화를 내서 정말 황당했다.

말하는 모양새를 보니 내가 합정동 집 보증금을 빼야 딴 곳으로 이사갈 수 있는 줄 아나 보다. 그런데 난 이미 홍대 원룸에 잔금 다 치루고 입주한 상태로 그리 급하진 않다. 물론 보증금 2천이 한두 달 더 묶여 있는 게 짜증나지만 이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보증금 전액 반환 전까진 홍대 4일, 합정동 3일 이렇게 지내야겠다. 주말에 술판 벌이실 분 합정동으로 오세요~~

원상복구

2018년 7월 11일

합정동 집을 부동산(지금 주인의 대리인)이 보러 온다고 해서 그러라 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문틀이 좀 깨져 있고 문에 구멍 난 게 많다며 나보고 물어내란다. 어이 없어서 내가 대리인한테 원상태 사진 가진 거 있냐고 물어봤다. 대리인 왈, 원래 세입자가 사진 찍을 의무가 있는 거라서 기록해두지 않은 나한테 책임이 있단다. 사실 지금 집주인이 집 상태를 제대로 체크해두지 않고 집을 덥석 산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그러다 나한테 책임을 떠넘기다니 당황스러웠다.

사실 어리버리했던 예전 집 주인이 원래 사진을 남겨뒀을리가 없다. 이럼 교착상태에 빠질 것 같은데. 8월 25일이 계약 만료이긴 하지만 어케 끝날지 모르겠다.

조언을 구합니다. 사실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변상하라고 요구하진 않았지만 나중에 그럴 것 같네요.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좋을까요?

거짓말

인간이 하나의 동물로서 자신의 개별적인 삶을 자각하는 것은 먼저 고통을 통해서다. 하지만 사회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개별적인 삶을 완전하게 자각하는 것은 〈거짓말〉을 매개로 할 때이다. 개별적인 삶은 사실상 이 거짓말과 혼동될 수 있다.

-알라딘 eBook <소립자> (미셸 우엘벡 지음, 이세욱 옮김) 중에서

광고

2018년 7월 9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보통 광고에서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어떤 가상 시나리오 속에서 제품에 둘러싸여 거의 불법으로 보일 지경으로 멋진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 광고가 우리에게 바라는 바는, 우리도 그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광고 속 완벽한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품는 것이다. 우리의 성인다운 주체성과 선택의 자유에 아부해야 하는 보통 광고에서는 제품 구입이 환상의 선결 조건이다. 광고가 판매하는 것은 환상이지, 광고 속 세상으로 실제로 넣어주겠다는 약속이 아니다. 이런 광고는 어떤 의미로도 실제적인 약속은 하지 않는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보통의 광고들이 기본적으로 은근한 것은 이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김명남 엮고옮김) 중에서

중고나라~~

2018년 7월 7일

지금 쓰는 폰 요금제가 무려 100기가 데이터를 제공해서 데이터 쉐어링으로 넷플릭스나 볼까 하여 갤럭시탭을 중고로 구입했다. 판매자가 원하는대로 성산동 구석탱이까지 직접 갔더니 정작 판매자가 약속 시간에 늦어 기분이 좀 나빴다. 그래도 물건 상태는 괜찮아서 돈 송금해주고 바로 KT대리점으로 왔더만 직권해지 단말기란다. 헐.

대리점 직원이 말하기를 별 이상 없음 직권해지가 풀리긴 하는데 오늘 토요일이라 바로 처리는 안된단다. 아, 되게 찜찜하네. 그나마 장물 아닌 게 다행인가? 판매자에게 이거 체납 이력 있냐고 문자보내니 정상해지 기기란다. 거참. 그래도 전화번호, 계좌번호, 이름은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일단 월요일까지 기다려보고 개통 안되면 환불받아야지.

오늘도 중고로운 평화나라~

죽음을 외면하는 방법

죽음을 외면하는 방법은 또 있다. 관리가 아니라 자극이다. 열심히 노동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노는 것이다. 7NC의 쉼 없는 활동, 파티, 축제, 명랑함과 노래는 아드레날린, 흥분, 자극이다. 그것은 당신에게 활기와 생기를 안긴다. 당신의 존재를 불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느끼게 만든다.8 열심히 노는 선택지는 죽음–두려움으로부터 초월할 수 있다는 약속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익사시키는 것에 가깝다. “당신은 저녁 식사 후 라운지에서 친구들과9 웃으며 쉬다가 시계를 보고 공연 시간이 다 되었다고 말합니다…. 기립 박수와 함께 커튼이 내려가고, 일행들의10 대화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다음엔 뭘 할까?’ 카지노에 가거나 디스코장에서 춤을 출까? 피아노 바에서 조용히 한잔하거나 별빛이 영롱한 갑판을 산책할까? 모든 선택지를 다 논의한 뒤 모두가 입을 모읍니다. ‘전부 다 하자!’”

-알라딘 eBook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김명남 엮고옮김) 중에서

휴가

2018년 7월 6일

대표원장님이 여름 휴가는 어케 할 거냐 질문하셔서 ‘이제 7월이고 지금 여름 휴가를 야그하면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여태 아무 말 없어서 어디 갈 계획도 못 짜고 표도 구하지 못하는데 뭔 생각이신지..’ 라는 요지로 굉장히 예의바르고 부드럽게 대답했다.

이제 입사 6개월 차이고 월차 딱 한 번 썼다. 그냥 때려치우고 싶구먼.

절망

절망이라는 단어는 워낙 남용되어 이제 진부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진지한 단어이고, 나는 지금 이 단어를 진지한 의미로 쓰고 있다. 내게 절망이란 다음 두 가지의 혼합을 뜻하는 말이다. 죽음에 대한 이상한 갈망, 그리고 나 자신의 시시함과 쓸모없음에 대한 통렬한 자각에서 비롯한 죽음에 대한 공포. 어쩌면 이것은 사람들이 불안이나 고뇌라고 말하는 기분과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이것들은 같지 않다. 최소한 정확히 같지는 않다. 절망은 내가 참으로 작고 약하고 이기적이고 의심의 여지없이 언젠가는 죽을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느끼게 되는 견디기 힘든 기분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서 죽고 싶은 것에 가깝다. 배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기분이다.

-알라딘 eBook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김명남 엮고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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